"우리의 지위에 걸맞는 몫을 챙기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93년 3월부터 외무부 제2차관보(경제통상)로 일해오다 이번에 제네바
대표부로 자리를 옮기는 선준영대사(57)는 WTO(세계무역기구) 전초기지인
부임지로 떠나기에 앞서 이같이 각오를 다졌다.

서울대법대를 졸업한후 63년 입부, 정무쪽에 얼마간 있던 것을 제외하고는
무려 18년간 경제.통상만 했다는 선대사는 지난 81년부터 3년간 주제네바
공사로 일하기도 해 이번 길이 낯설지만은 않다.

통상진흥과장 주미경제공사 국제경제국장 통상국장 경제차관보 등 이만한
경제통상관록을 보유한 사람은 외무부에서 보기 드문게 사실이다.

제네바에 1백여개 국제기구가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WTO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선대사는 "워낙 큰 협상이었기 때문에 여러 각도에서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는 40여개 법률 관행을 개정, WTO체제에 잘 적응하려 노력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동차 유통기한 농산물검역 등 통상분쟁도 잘 해결됐고 WTO출범 1년
자체가 무역 검역관계공무원들을 선진화시키는데 기여한 점도 강조했다.

올해 주제네바대사로서 가장 중점을 두고 지켜봐야 할 사안으로 선대사는
12월싱가포르에서 개최될 WTO각료회의를 꼽고 있다.

"출범후 2년마다 열기로 한 각료회의로는 처음인데다 여기서 논의될 노동
환경 경쟁정책 등 신라운드출범에 대비해 각종 준비회의가 제네바를 중심
으로 잇달아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ILO(국제노동기구)와 관련, 우리나라에는 3자개입금지 복수노조금지 등의
문제가 현안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경제뿐만 아니라 인권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고 있어
조만간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WTO사무총장후보추진대책반장을 맡기도 한 선대사는 김철수 WTO사무
차장과도 현지에서 만나는 인연을 맺게 됐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