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정치 1번지 청주상당구에서 "인물"과 "바람"이 한판승부를 벌인다.

신한국당의 홍재형 전부총리겸 재경원장관(58)과 자민련의 구천서 전의원
(46)이 그들이다.

홍후보는 전통적으로 여당이 우세했던 이지역을 재탈환, 승승장구하는
자민련의 녹색바람을 북단에서 차단해야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일찌감치
귀향, 표밭을 일궈왔다.

홍후보는 "문민정부에서 부총리와 재경원장관을 지낸 "큰인물"이라는 점을
무기로 자민련바람을 막아내겠다"며 "이와 함께 충북지역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이 과연 누구냐는 점을 부각시키면 그리 어렵지도 않을것"이라고
낙관한다.

금융실명제 입안단계에서부터 전반에 걸쳐 주도한 경력과 지난해
충북투자금융이 부도직전까지 몰려 파산위기에 처했을때 1천7백억원상당의
자금지원으로 이지역 경제를 회생시킨 공로를 이번에 인정받고야 말겠다는
의지다.

그는 또 "이번 총선에서 태풍이 아니고 순풍을 일으킬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쉽지만은 않다는 전망이다.

지난 14대총선에 이어 6.27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의 인기가 급격히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14대총선에서 민자당의 정종택의원이 총투표수의 32.7%를 얻는데 그쳐
35.1%를 얻은 김진영현의원에 패배했으며 지난 6.27지방선거에서는 자민련
(37%)과 무소속(30.9%)에 크게 뒤져 청주시장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홍후보에 맞서는 자민련의 구전의원은 "문민개혁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홍후보의 금융실명제는 중소기업과 서민가계를 더 악화시키는 등 오히려
국민들의 경제숨통을 막아 실패작으로 봐야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는 또 "신한국당의 홍후보가 어려운 상대임을 인정하지만 나도 기업을
한 경험이 있어 실물경제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홍후보의
인물론에 진취적인 40대 인물육성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신인물론"으로
맞서겠다"며 맞불작전을 구상하고있다.

구전의원은 "조직책 조정에 문제가 생겨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청장년과
여성, 시장상인 등 서민을 주로 공략할 방침"이라며 "표를 모으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내다보고 자민련바람이 세차게 불어줄것을 기대하고있다.

구전의원은 당초 청주흥덕구에 조직책신청을 냈으나 김종필 총재와 친분이
두터운 오용운 전의원으로 결정됨에 따라 한때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상당구로 방향을 선회, 현역인 김의원을 제치고 총재의 낙점을
받아낸 저력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공천고배를 마신 김의원은 현재 이지역에서 자신이 갖고있던 조직기반을
구전의원에게 인수키로하고 전국구자리를 희망, 공천잡음이 일단락된 것도
구의원에 도움이 될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국민회의 장한량 (44) 위원장이 정통야당임을 부각, "이지역에
자리잡은 반호남정서가 우려되기는 하지만 도덕성과 선명성을 내세워 주로
2~30대 청년층과 여성층을 집중 공략하겠다"며 표밭을 일구고 있다.

이들 3인은 모두 이지역 명문인 청주고 선후배사이.

홍전부총리가 29회로 구전의원(42회)과 장위원장(44회)의 대선배이지만
국회"입성"을 위해 한치 양보없이 일전을 벌일 태세다.

이번총선에서 충청지역 자민련바람의 시금석이 될 이지역 무심천일대에서
"인물"과 "바람"이 벌이는 한판승부의 귀추가 주목된다.

< 이동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