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국PC시장에 대한 2차공략에 나섰다.

지난 80년대초 섣불리 나섰다가 혼쭐만 난채 퇴각했던 일본전자업체들이
15년만에 다시 미PC시장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제2차 미국 PC시장공격의 선두주자는 일본전자업계의 대명사 소니.

지난해 11월 소니는 미국PC시장진출 청사진을 내놓아 대미진출의 첫포문을
열었다.

소니는 올가을에 대당 2천달러수준의 PC를 2-3종류 선보인후 금세기안에
미국홈PC시장의 20%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PC사업을 벌이지 않고 있는 소니의 미국시장진출계획이 발표된지 며칠후엔
히타치도 올해안에 미국PC시장에 뛰어들겠다는 방침을 밝혀 미경쟁업체들을
긴장시켰다.

지난주에는 미노트북컴퓨터시장에서 맹활약중인 도시바까지 일본의 미PC
시장공략대열에 합류, 일본의 미PC시장공격규모는 사단급에서 군단급으로
격상됐다.

도시바는 올 4.4분기쯤 데스크톱 컴퓨터시리즈를 미본토에 상륙시킬 계획
임을 선언했다.

그렇지 않아도 미노트북컴퓨터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도시바의 PC
시장진출은 미컴퓨터업계의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도시바는 노트북컴퓨터에서 갈고 닦은 기술과 마켓팅전략을 PC에 접목하면
미PC시장을 충분히 공략할수 있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도시바자신도 지금은 세계컴퓨터시장 점유율면에서 7위에 머물러 있지만
세계PC시장의 본산인 미국에 진출함으로써 오는 2000년에는 세계3위로
부상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공식발표는 하지 않고 있지만 후지쓰도 내부적으로 미PC시장진출방침
을 수립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되면 미PC시장에서 고군분투중인 NEC와 함께 소니 도시바 히타치
후지쓰등 모든 일본전자업체들이 미PC시장에 상륙하게 된다.

일본은 현재 수많은 미시장중 유독 PC시장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NEC만이 미국PC시장에서 겨우 4%정도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을뿐 다른
일본기업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컴퓨터나 IBM 컴팩등 미컴퓨터업체들이 일본PC시장에서 30%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하면 미국PC시장은 일본업계에 볼모지대나 다름
없는 셈이다.

일본은 지난 80년대초에 처음으로 미PC시장에 대한 공략에 나섰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상품인지도에서 IBM과 애플등에 눌리고 자금도 충분치
않아 실패의 쓴맛만 본채 철수했다.

그후 15년이 흐른 지금 일본PC업계는 대미PC시장을 재공략할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일본전자업체들의 명성은 세계정상에 올라와 있고 PC핵심부품인 반도체
기술도 넘버원이다.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주머니사정도 매우 넉넉하다.

따라서 충분한 실탄(자금)과 고도의 전술(기술)로 무장돼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틀림없이 미PC시장을 점령할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이정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