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석유수출재개여부가 관심사항으로 떠올랐다.

이라크의 석유가 다시 세계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하면 그렇지 않아도 공급
과잉상태인 세계석유시장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의 원유수출재개여부 협상이 유엔본부에서 개시된 6일 이라크측
대표인 압둘 알 안바리 유네스코주재 이라크대사는 유엔이 제시한 석유수출
조건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밝혀 타결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을
낳게 했다.

유엔측의 협상단장인 한스코렐도 "협상진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년도 국제유가하락을 기대하며 협상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세계 각국은 타결 전망에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 7-10일간 지속한후 성공적일 때 최종협상이 속개될 양측의 이번
협상의 타결여부는 유엔 안보리가 지난해 4월 결의한 "986호"안을 이라크가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유엔결의안은 이라크에 식품과 약품구매에 사용하도록 3개월마다 10억달러
상당의 원유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이라크원유와 유사한 품질의 국제원유가(배럴당 14.50달러)를 고려할
때 이라크가 하루 약 76만배럴을 수출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90년 쿠웨이트침공이후 경제재재를 받고 있는 이라크는 이 결의안을
"주권침해"로 규정, 수용을 거부해 왔다.

유엔결의안은 석유수출루트와 관련, 수출물량을 터키로 연결된 송유관을
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라크는 이에 대해 수출물량중 51%를 터키쪽 송유관을 이용하되 나머지
49%는 자국 남부항 미나 알 바크루트를 통해 수출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는 또 수출수익금중 약 1억3천-1억5천만달러를 이라크북부에서
자치권을 주장하는 쿠르드족에게 구호물자로 사용하도록 한 유엔측 조항을
거부하고 있다.

쿠르드지역은 현재 바그다드의 통제권밖에 있기 때문에 유엔 결의대로
따르면 사실상 이라크의 영토분할을 인정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두 문제를 기술적으로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가 이번 협상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이밖에 이라크가 수출물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한다든지 유엔이 이라크에
걸프전중 행방불명된 쿠웨이트인들을 복귀시키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협상
성패의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유엔 결의안을 지속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유엔이 결의안을 후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라크가 협상재개를 제의
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라크는 협상을 앞두고 유조선 수리를 마쳤으며 범법자에 가혹
처벌 중단 등의 개혁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라크 국민들은 누구보다 협상타결을 염원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사가 이달초 발표한 이라크의 인도적상황에 관한 실태보고에
따르면 걸프전 이후 유아사망률이 5배로 증가했고 2천만 인구중 4백만명이
기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우려섞인 눈길로 협상진전을 주시하고 있다.

이라크가 수출을 재개할 경우, 유가폭락을 막기 위해 각국쿼터량을 재조정
해야 하는 골치아픈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OPEC는 저유가로 인해 현재 생산한도(하루 2천4백52만배럴)를 하루 1백만
배럴이상 초과생산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