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간동 경복궁 건너편의 국군서울지구병원을 철거, 그자리에
대형미술관을 유치함으로써 이 일대를 세계적인 문화명소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군병원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사간동과 인근 소격동 삼청동 지역의
화랑.미술관 등 문화관련단체 대표자들은 최근 "국군병원철거하여
문화거리만들자 추진위원회"를 구성, 이 일대를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문화의 거리로 조성한다는 목표아래 병원철거운동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현재의 국군병원부지는 본래 조선왕조의 사간원과 왕가종친부 및
규장각이 자리했던 곳으로 경복궁과 창덕궁의 부속지역.

일제강점이후 조선총독부는 경복궁 훼손에 그치지 않고 의도적으로
옛관아건물들도 전용하거나 철거했다.

당시 이들 건물이 철거되면서 약 8,000여평에 이르는 이 일대에
총독부 고관대작 등 일본인을 위한 병원과 의학전문학교가 세워졌으며
이는 국군창설이후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사용돼왔다.

추진위는 일제의 잔재청산을 위한 구조선총독부건물 철거 및 경복궁
복원과 관련, 궁의 부속지역에 위치한 병원도 함께 철거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기왕에 크고 작은 미술관과 화랑들이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이 부지에 파리의 퐁피두센터나 뉴욕근대미술관같은 대형미술관을
조성, 문화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진위는 이를위해 이미 24개 문화관련 단체장 및 대표들의 서명을
받아놓은 상태.

서명에 동참한 단체장은 서울시 문화재위원장 예술원회장 한국
미술협회이사장 한국출판문화협회회장 등.

이밖에 월전.환기.선재.금호.호암.성곡.한국불교미술관 관장 등도
참여했다.

이화여대박물관장 북촌가꾸기협회회장 관훈.인사동문화마을보존회장
공간대표 갤러리아트빔관장 이대원 전 예술원회장 조경희 전 예술의전당
이사장 등도 문화단체대표 및 개인자격으로 서명했다.

이들은 우선 국군병원은 반드시 철거돼야 하며 그 부지에는 대형
문화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는 요지의 서명서를 관계기관에 보낼 방침.

아울러 600년 도읍지 서울에서 유일하게 옛정취를 되살릴수 있는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북촌지역을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기 위한
범시민운동을 전개하는 등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방침이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서 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L씨는 "서울이 600년
고도라고 자랑하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역사의 숨결을 느낄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병원을 철거하고 이지역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유치하거나 혹은 새로 대형미술관을 세워 이 일대와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문화벨트를 조성, 자랑스런 문화유산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