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항공기방산업체인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Ae)는
런던증시에서 요즘 주당 8파운드(1파운드는 1.5달러)수준의 주가를
나타내고 있다.

9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주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92년 하반기에만해도 이 회사의 주가는 1파운드 수준에
불과했다.

이같은 주가추이는 그동안 BAe의 리스트럭처링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반영해주는 대목이다.

BAe의 딕 에반스 대표이사는 "정말로 힘든 길은 걸어왔다"며 이 회사의
우울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주가가 하락행진을 거듭했던 지난 91년께만해도 BAe는 런던증권가에서
"만약 영국에서 초대형 기업이 파산한다면 BAe가 1순위일 것"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당시의 영업수지가 악화된 것은 접어두더라도 사업구조상 비전이
안보인다는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사실 BAe는 태생적으로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 항공기방산회사는 지난 77년 노동당정부가 여러 관련업체를 합병,
거대한 국영회사를 설립하면서 태어났다.

이후 4년후 보수당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영화됐다.

민영화이후에도 BAe는 국영기업시절의 경영방식을 떨치지 못했다.

극도의 안정위주 경영을 계속 추구하는 바람에 외국의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왜소한 기업으로 비쳐졌다.

결국 영국정부는 손실에 대한 경영진의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을
보장하며 자율경영을 독려하는 조치를 낼 정도였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BAe경영진들은 당시만해도 건실했던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자동차그룹인
로버를 비롯한 다른 사업체 인수 및 부동산매입을 감행하는 등 사업확장에
열을 올렸다.

민간항공기사업을 확대하고 해외 사업에도 적극성을 보였다.

그 결과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200억파운드에 이르는 항공기공급계약을
따내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80년대말께부터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확대경영의 후유증이
드러나는 등 BAe 경영에 적색경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동차계열사인 로버는 적자를 내면서 모회사인 BAe의 재무구조를 좀먹어
들어갔고 부동산은 이 회사의 현금흐름을 악화시켰다.

여기에 외부 경영여건도 BAe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냉전종식으로 선진국들의 군사예산이 축소되는 추세를 보이고 중형항공기
시장은 공급과잉 양상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BAe 경영진은 대대적인 리스트럭처링에 착수할 수 밖에 없었다.

우선 재무구조 악화의 주범인 로버그룹을 지난 94년 독일의 자동차
메이커인 BMW에 매각했다.

또 민간항공기사업부문의 투자비용을 극소화히기 위해 대만과 합작사업을
벌이는 등 전략적 제휴를 적극 활용했다.

부동산 보유규모도 가능한한 축소했다.

리스트럭처링 결과 BAe는 지난 93년부터 세전수익기준으로 다시 흑자를
내기 시작하면서 주가를 회복시켰다.

여기에 뜻하지 않는 행운도 찾아왔다.

휴대폰 네트워크사에 대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첨단 통신망 주식가격
급등에 힘입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것디다.

이 지분의 가치는 현재 6억파운드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BAe의 전망이 장미빛으로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군비감축과 민간항공기시장에서의 공급과잉이라는 먹구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BAe는 유럽항공기 제조업체간의 발전적인 통폐합을 외치고 있다.

통폐합으로 뭉치지 않으면 미국의 보잉이나 맥도널더글러스같은 거인들에
밀려 BAe는 물론 유럽업계 자체의 생존이 의심스럽다는 주장이다.

특히 패권주의가 강한 항공기제조업계에서 BAe 주장이 과연 얼마나 먹혀
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 양홍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