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합병 바람은 우선 경영권 분쟁이 있는 회사들 특히 분쟁중인 동업
회사들에 몰아치고 있다.
26일 증시에서도 제일물산 미창석유등 경영권 분쟁이 진행중이거나 가능성
이 있는 기업들이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하는등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권계는 상장기업중 동업관계에 있는 기업들은 대략 30여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이들 기업들에서 모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
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떤 기업들보다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 주인이 바뀌었던 경남에너지와 한농
등도 모두 동업기업들이었다.
경남에너지의 경우 가원과 원진이라는 대주주들간의 분쟁에 대웅제약이
가세하면서 주식매수전으로 확대됐고 한농 역시 제2대주주의 반란에
동부그룹이 가세하면서 주식시장에 회오리 바람을 일으켰었다.
이번 제일물산 분쟁은 한농의 경우와 비슷한 양상을 띠면서 진행되고 있다.
동업이 깨지는 것은 창업자 동지가 사망등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2세에게
경영권이 넘어갔을 때 또는 자회사들이 많아 지분관계가 복잡할 때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때 어느 쪽이든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하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분쟁이 막이 오른다는 것이다.
최근 수개월간 동업기업중 대주주 일방이 주식을 사모으는 사례들이 다수
증감원에 보고되고 있다.
또 특정 주식을 5% 이상 사모은 제3의 주주가 갑작스레 등장하는 일도
일부 상장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 제3의 주주는 대주주 어느 한쪽의 위장 대리인일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는 내년부터 기업매수 합병이 자유화되지만 실질적인 주식 매집은
올해부터 미리 일어날 것이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해당 주가의 변동에는 제트기류가 흐를 것이라는 말도 된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