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서로 다른 사랑방정식과 여성의 심리를 그린 영화 2편이
27일 동시 개봉된다.

여성의 본능과 성심리를 파헤친 스페인영화 "패션 투르카"와 이룰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그린 홍콩영화 "야반가성"이 화제작.

2편 모두 비극적 사랑을 다뤘지만 삶과 여성에 대한 동서양의 시각차를
잘 보여준다.

육체적 쾌락과 정신적 교감이라는 사랑의 양면성이 대조적으로
묘사된데다 화면구성에서도 한쪽은 노출, 다른쪽은 원근법에 비중을
두는 등 감독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패션 투르카"는 한 평범한 여성이 본능에 눈뜨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에로물.

감독은 스페인의 3대거장으로 억압된 성심리 묘사에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비센테 아란다.

첫날밤까지 순결을 간직했던 "고지식한 처녀" 데시(아나 벨렌)는 결혼후
터키여행길에서 현지가이드 야만(조지 코라페이스)을 만나 걷잡을수 없는
열정에 사로잡힌다.

일행과 남편의 눈을 피해 버스나 유람선안에서 "번개같은 사랑"을
나누며 일탈의 즐거움에 탐닉한다.

임신한채 돌아온 그녀는 불임 남편과의 불화속에 아이를 낳고 아이가
죽자 터키행을 결심한다.

야만의 품에서 쾌락에 빠져있던 그녀는 차츰 그가 지독한 바람둥이이며
줄타기같은 생활로 연명한다는걸 깨닫지만 어쩔수 없이 이끌려간다.

그녀의 몸을 대가로 거래를 성사시키며 동성애까지 즐기는 야만.심신이
황폐해진 그녀는 결국 야만에게 총을 쏘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다.

절정의 순간을 빅크로즈업으로 잡은 앵글과 정열적인 이국풍경이
자극을 더한다.

"야반가성"은 20년대중반 오페라가수와 귀족여성의 비극적 사랑을 담은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당대 최고의 가수 단평(장국영)은 대지주의 딸 유옌(오천련)과 사랑에
빠지지만 유옌집안의 반대에 부딪힌다.

둘은 죽음을 각오하고 사랑의 도피를 시도하지만 도중에 발각돼 단평은
오페라하우스에 갇힌채 화염에 휩싸이고 유옌은 충격끝에 정신이상에
빠진다.

10년후 떠돌이극단이 불타버린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관객들의 반응이 신통찮은 이들에게 숨어살던 단평이 나타나 무명배우
위청에게 자신의 레퍼토리를 가르친다.

화재로 얼굴이 일그러진 그는 위청을 통해 유옌에게 사랑을 전하고
두사람은 운명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눈물짓는다.

안개속의 마차행렬등 여백의 미학과 부드럽고 장중한 음악이 결합돼
고전음악극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