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출판가] 루시디소설 '무어의 마지막 한숨'번역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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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로 유명한 살만 루시디의 새 장편소설 "무어의 마지막 한숨"
(전2권 문학세계간)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어의 마지막 한숨"은 루시디가 89년 "악마의 시"를 발표,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로부터 회교를 모독했다는 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이후 6년만에
내놓은 작품.
그는 무수한 암살기도를 피해 거처를 30번이나 옮기고 영국경찰의 24시간
경호를 받으며 이 소설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어의 마지막 한숨"은 10세때 이미 어른이 된 주인공의 눈을 통해
한 인간과 그 집안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것.
환상적인 분위기가 전편을 지배하는 가운데 작가의 인도문화에 대한
애정이 짙게 배어 있다.
주인공 무어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자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소설은 그의 일대기와 어머니 오로라를 중심으로 한 가족사의 두가지로
전개된다.
"돌아갈수 없는 고향을 기억속에서 재창조해냈다"는 작가의 고백대로
여기에는 그가 유년시절을 보낸 봄베이 곳곳의 지명과 그곳에 얽힌 세세한
추억이 아름답게 채색돼 있다.
작중인물 무어를 통해 작가는 조국에 대한 향수뿐만 아니라 영욕으로
점철된 인도의 역사를 다루고자 한다.
영국의 지배부터 네루의 독립운동, 수병들의 파업,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식민정부의 철수를 아쉬워하는 모순된 심리까지 인도 근현대사의 명암이
들어 있다.
독립정부의 혼란과 잇단 비상사태등은 우리역사의 격동기와도 닮아 있다.
이 소설에는 또 베니스의 상인과 출애굽기, 디즈니만화의 슈퍼맨등 숱한
비유와 우스꽝스런 일화들이 담겨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런가 하면 절제된 눈물과 인간에 대한 연민이 함께 배어 있다.
무어는 천형의 불운을 타고났지만 비관하거나 증오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외다리 문지기 람바잔 찬디왈라 얘기도 그렇고 첫사랑의 가정교사 딜리
호머즈, 늙은 요리사 에즈켈, 심술궂은 유모 미스 자야 헤와의 관계까지
그는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애정에 찬 눈으로 바라보며 그들과의 따뜻한
추억을 쓰다듬는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재치를 보이다
곧 비장한 어조로 숙연함을 느끼게 하는 그의 작가적 재능은 이 소설을
단순한 픽션이상의 경지로 이끌어주는 요소다.
권력과 야욕에 희생된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숭고한 세계로 이동시키는
힘은 루시디소설의 매력이다.
그는 "한밤중의 아이들" "악마의 시" "수치"등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의 유명문학상을 휩쓸었으며 노벨상 단골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영국왕립 문학학사원 회원이자 미 MIT명예교수이기도 한 그의 저서는
전세계 25개국어로 번역 출판됐다.
<고두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4일자).
(전2권 문학세계간)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어의 마지막 한숨"은 루시디가 89년 "악마의 시"를 발표,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로부터 회교를 모독했다는 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이후 6년만에
내놓은 작품.
그는 무수한 암살기도를 피해 거처를 30번이나 옮기고 영국경찰의 24시간
경호를 받으며 이 소설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어의 마지막 한숨"은 10세때 이미 어른이 된 주인공의 눈을 통해
한 인간과 그 집안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것.
환상적인 분위기가 전편을 지배하는 가운데 작가의 인도문화에 대한
애정이 짙게 배어 있다.
주인공 무어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자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소설은 그의 일대기와 어머니 오로라를 중심으로 한 가족사의 두가지로
전개된다.
"돌아갈수 없는 고향을 기억속에서 재창조해냈다"는 작가의 고백대로
여기에는 그가 유년시절을 보낸 봄베이 곳곳의 지명과 그곳에 얽힌 세세한
추억이 아름답게 채색돼 있다.
작중인물 무어를 통해 작가는 조국에 대한 향수뿐만 아니라 영욕으로
점철된 인도의 역사를 다루고자 한다.
영국의 지배부터 네루의 독립운동, 수병들의 파업,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식민정부의 철수를 아쉬워하는 모순된 심리까지 인도 근현대사의 명암이
들어 있다.
독립정부의 혼란과 잇단 비상사태등은 우리역사의 격동기와도 닮아 있다.
이 소설에는 또 베니스의 상인과 출애굽기, 디즈니만화의 슈퍼맨등 숱한
비유와 우스꽝스런 일화들이 담겨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런가 하면 절제된 눈물과 인간에 대한 연민이 함께 배어 있다.
무어는 천형의 불운을 타고났지만 비관하거나 증오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외다리 문지기 람바잔 찬디왈라 얘기도 그렇고 첫사랑의 가정교사 딜리
호머즈, 늙은 요리사 에즈켈, 심술궂은 유모 미스 자야 헤와의 관계까지
그는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애정에 찬 눈으로 바라보며 그들과의 따뜻한
추억을 쓰다듬는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재치를 보이다
곧 비장한 어조로 숙연함을 느끼게 하는 그의 작가적 재능은 이 소설을
단순한 픽션이상의 경지로 이끌어주는 요소다.
권력과 야욕에 희생된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숭고한 세계로 이동시키는
힘은 루시디소설의 매력이다.
그는 "한밤중의 아이들" "악마의 시" "수치"등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의 유명문학상을 휩쓸었으며 노벨상 단골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영국왕립 문학학사원 회원이자 미 MIT명예교수이기도 한 그의 저서는
전세계 25개국어로 번역 출판됐다.
<고두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