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교환기 시장을 20%선 내외에서 균점해오던 삼성 LG 대우 한화 등
교환기 4사의 밀월시대가 막을 내리고 사활을 건 무한경쟁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통신이 차세대교환기인 TDX-100의
개발조달방식을 현재의 공동개발 배분방식에서 품질우선방식으로 전환,
1개사를 선정키로 함에따라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이 컨소시엄을 구성
참여제안서를 냈고 대우통신과 한화전자정보통신은 각기 독자 개발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따라 TDX-100개발 조달수주전은 삼성-LG연합군과 대우 한화 등
3파전 양상을 띠게 됐으며 오는 97년 하반기에 있을 한국통신의
TDX-100 표준시스템 선정평가는 교환기조달평가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때 평가에서 탈락한 업체는 한국통신이 현재의 반전자교환기를
대체할 물량으로 평가되는 1조6천억원규모의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재계의 라이벌인 삼성과 LG가 이번에 제휴를 통해 TDX-100의 공동개발을
추진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도 이에 기인한다는 풀이이다.

교환기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보여온 두개회사가 손잡고 이번 기회에
교환기 시장의 새로운 판짜기를 통해 "완전 독식"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분석되고 있다.

교환기시장은 지금까지 4사 공동개발체제와 구매물량도 배분하는
사실상의 "나눠먹기"가 이어져 왔다.

따라서 실력이 있는 업체나 그렇지 못한 업체나 20%내외에서 시장을
균점하는 기현상이 초래돼 온 것.

이같은 시장균점은 국내 최대의 구매처인 한국통신으로서도 신제품개발
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아니라 업계나 국회등에서도 "담합"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과 LG가 손잡게된 또다른 배경은 오는 98년으로 예상되는 국내
통신시장의 개방이 꼽힌다.

현재의 4사체제로 개방을 맞을 때 국내 교환기업체중 살아남을 회사는
단 한곳도 없다는 위기의식이 "라이벌"을 "한묶음"으로 만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교환기시장 상황은 현재 AT&T가 5ESS-2000이라는 최첨단의
신제품을 앞세워 국내진입을 시도하고 있고 시장개방과함께 유럽에
기반을 둔 에릭슨 알카텔등 세계적 교환기업체가 들어올 경우 국내업계는
기술적으로나 가격싸움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과 LG는 이러한 외부적 요인등에 따라 앞으로 약 1천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TDX-100교환기의 기술개발비를 공동으로
부담함으로써 외산등에 대한 가격경쟁력도 충분히 갖출 수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삼성과 LG의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대우와 한화는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두 회사도 더이상 선택할 카드가 없어져 개발에 사활을 걸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나타내고 있다.

97년 TDX-100의 선정평과결과가 벌써부터 높은 관심을 끌게되는 요인이다.

<윤진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