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5공은 비자금 분야에서도 6공의 "원조"
였음을 실감케 해주고 있다.

우선 규모면에서 전두환전대통령은 노태우전대통령에 비해 재임기간이
2년 길었던 탓인지 비자금 조성규모도 노씨에 비해 2배가량 많은 1조원
가까운 검은 돈을 챙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성방법에서도 노씨가 주로 30대 대기업에 속하는 덩치 큰 기업에
의존했던데 반해 전씨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 까지도 손을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돈의 관리측면에서는 전씨는 노씨보다 더욱 철저한 방법으로
은닉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 비자금 규모 >

전씨는 검찰조사에서 "재임기간중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포함한
기업체의 대표들로부터 7천억원 상당을 수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여기에다 1천5백억여원에 이르는 새마을성금을 비롯, 일해재단
기금 5백98억여원, 새세대육영회 찬조금 2백23억여원, 심장재단 기금 1백
99억원 등을 합하면 전씨가 5공 기간동안 거두워들인 돈은 총 9천5백억원을
웃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간 많은 시간이 흘렀고 또 관련자료등도 상당수 소멸돼
이중 42명의 기업체대표로부터 받은 2천1백59억5천만원 정도가 뇌물성
자금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 비자금 조성 형태 >

전씨가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은 양태는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대표적인 것이 대형국책공사 발주등과 관련 기업에 특혜를 베푸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은 인천매립지의 정부매수를 막고 원자력발전소나
댐건설 등에서 이권을 얻는 대가로 1백80억원을 줬다.

또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 삼성그룹 고이병철 회장,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등도 고속도로건설공사, 차세대전투기사업, 반도체사업 등에서
반대급부를 얻는 조건으로 각각 2백20억원과 1배50억원씩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은 세무조사등에서 선처해 주겠다고 미끼를 던져 뇌물을 수수하는 것.

미원그룹 임창욱회장이 70억원을 주고 2백억원의 세금을 감면받은 사실이
그 대표적인 사례.

세번째는 대형사고로 기업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한 기업총수로부터
무마비조로 돈을 받는 것.

지난 87년10월경 대한항공 소속 KE007기가 구소련 영공에서 격추된 사고를
당한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은 불이익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취지로 1백
60억원을 제공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전씨는 골프장 건설등 각종 인.허가 사업과 관련해서도 전국제그룹
양정모 회장과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 등 5개 기업체 대표로부터 45억원을
수수했다.

이와함께 전씨는 안현태 전경호실장, 안무혁 전안기부장, 사공일 전재무부
장관, 이원조 전은행감독원장 등 측근들을 동원, 기업들에게 "경영상의
불이익이 없도록 해주겠다"며 회유해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대선자금
지원명목의 돈을 거둬들였다.

< 비자금관리.사용실태 >

먼저 자금관리 양태를 보면 전씨도 노씨와 마찬가지로 경호실장과 경호실
경리담당 직원에게 자금 관리 임무를 맡겼다.

이에따라 85년2월까지는 장세동씨가, 그 이후에는 안현태씨 등 두 전직
경호실장이 관리 책임을 맡으면서 그실무는 경호실 경리과장이었던
김종상씨가 주로 담당했다.

김전경리과장은 한국 대한 국민등 3개 투신사와 서울 조흥 제일 신한 등
8개 시중은행 38개 점포에서 "경호실" "박경호" "김경호"등 가명을 사용
하여 거래했던 것으로 판명됐다.

또 자금을 효율적으로 은닉하면서 동시에 고수익을도 올릴 수 있도록
20억원~50억원 단위로 돈을 쪼개 금리가 높은 개발신탁, 수익증권저축,
기업금전신탁, 정기예금 등로 분산예치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함께 양도성예금증서(CD)나 무기명채권등을 매입하면서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경호실" 등 기관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위장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씨 또한 노씨처럼 비자금의 구체적인 사용내역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검찰은 말했다.

다만 퇴임시까지 남은 돈은 1천6백억원 가량이고 나머지 돈은 대략
친.인척 관리와 정당 창당자금 등으로 썼다고만 진술한 뿐이라고 한다.

또 1천6백억원의 잔액도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산업금융채권 9백억원,
장기신용 발행 장기신용채권 2백억원, 현금및 예금액 5백억원 등 유동자산
형태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그러나 전씨가 이외에도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자 등을 통해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