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을 지탱하는 근간은 대중입니다.

관객이 공연장을 찾아주기를 기다리는 자세를 버리고 직접 대중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호흡해야만 생명력있는 예술이 됩니다"

발레계의 독보적인 신세대 안무가로 평가받는 제임스전씨(37).

"대중의 삶과 함께 하는 춤"을 지향하는 그는 지난해 발레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누구보다도 바쁜 한해를 보냈다.

부인 김인희씨를 비롯, 허용순 나인호 강세영 김혜영 연은경 문경환
이인기 최광석씨 등과 함께 서울 발레시어터를 창단한 뒤 6월15~16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첫공연을 펼쳐 역량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8월에는 이탈리아 4개도시 순회공연에 나서 한국발레의 발전된 모습을
유럽에 소개했고, 10월에는 이탈리아 아테르발레또와의 합동 공연을 통해
국제교류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외에도 롯데월드 미도파 메트로홀 올림픽체육관 등에서 다양한
소공연을 선보였고, 11월 예술의 전당과 케이블TV 문화예술채널 A&C가
공동 주최한 "우리시대의 춤꾼" 공연에서 그의 춤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한국인에게는 한국인만의 고유한 정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관객이 공감할수 없는 작품은 외국에 나가서도 성공할수
없어요.

올해에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우리의 정서에도 맞도록 발레와
전통문화를 접목시킨 작품을 만들 생각입니다"

이를위해 "호두까기 인형"을 현대적으로 재안무하고 신작 6편을 안무할
계획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전개해온 발레의 대중화 작업과 함께 사회적.교육적
으로 의미있는 공연도 마련할 예정.

우선 3월10일부터 4월10일까지 한달간 서울두레에서 50회의 장기공연을
갖는다.

발레의 장기공연 성공 가능성을 실험하는 이 무대는 근로자를 위한
무료공연(낮)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유료공연(밤)으로 구성된다.

5월부터는 총 100여회의 야외 이동무대를 마련한다.

10월까지 전국을 순회할 이 이동무대는 병원 고아원 공원 고수부지
공단 중고등학교등 가능한 모든 공간을 활용, 무용공연을 보기 힘든
관객들에게 발레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7월에는 이탈리아 코마키오에서 열리는 야외무대축제에 참가한다.

"예술은 변화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어요.

새로운 것을 찾는 창작의지와 자기변신이 예술가의 생명이지요.

기존의 틀을 파괴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실험하는 과정속에서
변화와 발전이 가능합니다"

그는 현재 한국 무용계의 상황을 발전을 위한 과도기라고 진단하고
이론가와 예술가의 분리를 통해 분야별 전문가를 키워내는 풍토가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씨는 미국 줄리어드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과
플로리다 발레단에서 활동했다.

87년 유니버설 발레단에 입단, 솔리스트로 활약했고 94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맡았다.

< 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