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의 전면개방은 슈퍼마켓, 편의점, 재래시장의 도소매점포 등
국내중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올것으로
전망된다.

거대한 자본력과 수십년에 걸친 노하우를 무기로 상륙하는 외국
유통업체들의 국내시장공략은 소형점포의 도태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것이란게 업계의 지배적 견해이다.

이들 업체는 외국유통업체들이 슈퍼나 편의점과 같은 소형업태로
국내유통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있다.

슈퍼나 편의점사업으로 이익을 남기기위해서는 다점포화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하나 점포확대에 드는 막대한 부동산비용등을 감안하면
남는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슈퍼매장은 거의 5백평미만이라 규모의 이익을 얻기 힘들고 이들
매장은 1차식품이 주력상품이어서 외국업체의 경영노하우를 살리기
어려울것"(한국수퍼체인협회 이광종전무)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대형매장과 값싸고 다양한 상품을 특징으로 하는 할인신업태
매장들의 진출에따라 고객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주택가의 소형점포들은
초토화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있다.

같은 업태로 경쟁하지는않더라도 취급상품이 겹치기때문에 외국과
국내대기업 유통업체의 할인매장들이 직접적인 위협요소가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13만여개에 달하는 자영슈퍼점포들에 경쟁력상실이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선경유통 이상천이사는 "할인신업태매장에 의해 국내소매유통시장은
급격히 위축될것이며 3백평이하의 소형점포들의 쇠퇴가 가속화될것"으로
내다봤다.

LG유통 한화유통 해태유통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마켓들도 신업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힘들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가 운영하는 슈퍼매장역시 중소규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업형 슈퍼체인업체들이 슈퍼체인사업에대한 대폭적인 투자를
하지않는대신 할인점사업진출에 앞다투어 나서고있는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한화유통 이광협이사는 "기업형 슈퍼체인업체들은 기존 슈퍼매장을
대형화하고 상품을 대폭 교체, 틈새시장확보와 함께 신업태진출에도
주력하는 양면전략을 취하게될것"으로 전망했다.

편의점업계의 경우 외국업체의 합작및 단독진출은 당분간 어려울것이란
전망이 나오고있다.

이에따라 편의점업계의 개방파고는 상대적으로 낮을것으로 보인다.

훼미리마트 써클K 미니스톱 로손등 편의점업체 대부분이 외국사와
기술제휴관계를 맺고있지만 아직 흑자를 내는 곳이 단 한 곳도 없고
향후 2-3년간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때문이다.

외국업체 입장에서는 자본참여나 단독진출보다는 비싼 로열티를
챙기는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있다는 얘기다.

"재무구조가 건실한 극히 일부 업체외에 외국사의 합작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것"(김정부 보광훼미리마트이사)이란 예상이
주류를 이루고있다.

재래시장 도소매점포들의 경우 취급품목에따라 시장개방의 여파가
다르게 나타날것으로 보인다.

동대문 남대문시장의 의류상가들은 위기의식이 덜한 반면 농수산물과
잡화등을 취급하는 주택가인근 재래시장은 고객이탈현상이 극심할것이란
예상이다.

중소유통업태를 운영하는 기업및 자영업자들은 시장개방의 회오리를
극복하기위해 매장의 현대화와 대형화, 상품전략강화 등을 서두르고있다.

기업형 슈퍼체인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매장대형화를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다.

이와함께 구매빈도가 높은 상품과 1차식품을 강화, 전략상품 집중
판매라는 전략을 펼치면서 무반품제도입 등으로 구입원가를 낮춤으로써
할인업태에 대항할수있는 기반을 구축해가고있다.

재래시장 상가들도 현대화작업의 관건이 될 시장재건축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원부자재 공동구매, 공동브랜드개발 등으로 원가절감 상품이미지
제고 등을 꾀하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