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한화그룹회장 형제간에 재산상속을 놓고 빚어졌던 법정 소송사태가
동생인 김호연빙그레회장의 소취하 형태로 일단락된 것과 관련, 화해의
"물밑 조건"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관측은 당초 지난 92년 4월 김호연회장이 형인 김승연회장을
상대로 서울 민사지법에 낸 "주식인도 청구소송"이 한화유통 등 일부
한화그룹 계열사의 소유권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김승연회장측은 동생인 김호연회장에게 한화그룹 계열사중 빙그레만을
떼어넘겨 주었으나 김호연회장측은 <>한화유통 <>삼희투자금융 등의
계열사와 함께 주유소유통 12개업체와 서소문의 구한국화약사옥 등을 추가
양도할 것을 요구해 왔다.

호연씨측은 이와 함께 "경영지원자금" 2백억원 문제도 거론했었다.

이에 따라 4년 넘게 계속돼온 법정공방이 형제간 "화해"형식으로
일단락된 데는 분할대상이 된 계열사중 일부에 대한 "자율 교통정리"가
이뤄진 데 따른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과 빙그레측 모두 "두 형제간에 어떤 약속이
오고갔는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공식적인
코멘트를 꺼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호연회장측의 주장이 다 반영됐을 가능성은 없다.

중간점에서 절충이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빙그레 관계자)는 "암시"는
흘리고 있다.

이와 관련, 양 그룹측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모아보면 최소한
한화유통에 대해서는 김호연회장측에 소유권이 넘어가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한화유통은 지난 92년까지 김호연빙그레회장이 사장을 맡고 있었을
정도로 동생쪽과의 "연고"가 깊기 때문이다.

김호연회장이 유통쪽에 기울이는 애착이 크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소문 구사옥도 형쪽에서 동생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현재 독자 사옥(현암빌딩)을 갖고 있는 반면 빙그레는
이렇다 할 사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삼희투금도 양도 가능한 대상의 하나로 꼽는 관계자들이 있다.

김승연회장쪽의 지분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정리"하기에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유소 양도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화그룹측이 최근 에너지사업을 대폭 강화하면서 복합 석유유통체인인
"에너지 플라자"사업에 부쩍 관심을 쏟고 있는 터에 주유소를 쉽게 내줄리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물론 이같은 관측은 현단계에서는 어디까지나 "설"에 지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법정 소송사태가 동생측의 자진 소취하로 마무리됐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형제간에 가장 민감한 이슈였던 재산권 관련 소송이 4년만에
"극적"으로 일단락된 데는 "그럴만한 형제간 거래"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무게를 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김승연회장은 작년 11월 24일 자신의 품질경영 금탑산업훈장
수상을 기념하는 축하행사에 동생인 김호연회장을 초청, 가족 친지와
그룹임원들이 보는 앞에서 동생이 주는 꽃다발을 받으며 "화해"를
다짐해 눈길을 모았었다.

< 양홍모.현승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