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칠단이 조훈현구단을 맞아 269수만에 백으로 3집반을 남겨 제3기
한국이동통신배 배달왕기전 결승3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세계바둑사에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이 사제간 대결은 이번에도 불꽃이
튀었다.

1대1에서 맞은 제3국은 특히 그랬다.

5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 다시 마주 앉은 사제는 오로지 반상에만 시선을
둔채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제3국도 사제대결의 전형 즉 "초반 조구단우세, 중반 안개판도,
종반 이칠단의 줄달음질"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초반은 배달왕기전을 포함해 두 기사간 대결에서 그동안 수없이 선보인
포석이 23수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흑24로 이창호칠단이 변화를 보이면서 30까지 새로운 모습이 전개
됐다.

차분히 진행되던 바둑은 조훈현구단이 우변 33으로 세력을 펼치려 하자
이창호칠단이 34로 응수한 것을 시작으로 우하귀일대까지 밀고 당기는
공방전의 양상이 됐다.

대국중반 이칠단이 띄운 백80의 강수를 보고 조구단은 장고끝에 81로
물러섰는데 검토실에서는 한줄 오른쪽 위에 마름모로 반발하는 수가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이후 조구단은 109로 상변에 침투하며 우세를 잡으려 했지만 이칠단이
예상못한 3단젖힘(112)으로 맞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미세한 계가바둑이라는 평가속에 종반 중앙처리가 마지막 승부처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칠단은 정교한 끝내기를 다시한번 선보이며 3집반의 여유있는
승리를 이끌어냈다.

대국이 끝난뒤 두 대국자는 복기에 나섰으나 뚜렷한 패착과 승착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이칠단의 알수 없는 강함이 확인된 한판이었다.

< 백광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