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으로 부총리와 경제수석을 포함한 대부분의 경제부처 장관들이
바뀌었지만 경제정책 기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급강하 방지와 양극화 해소,비자금사건 이후 경색된 분위기 전환등
현안수습과 개혁시책의 마무리에 중점이 두어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
이다.

우선은 시기적으로 경제정책의 틀을 바꾸어야할 특별한 사유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중요한 개혁과제는 김영삼대통령 집권전반기에 대부분 추진했기 때문에
개혁을 새삼스럽게 강조할 시점은 아니다.

경제전반의 흐름도 별다른 기조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상태다.

더군다나 내년엔 총선을 치르게 돼있어 무리한 변화를 시도할 여건도
아니다.

다시말해 새로운 시책을 내놓기 보다는 이미 진행중인 사업들을 제대로
마무리하면서 경제의 흐름이 당초의 의도대로 굴러가도록 관리하는게 주요
과제라는 얘기다.

정책기조의 변화가 적으리라는 예상은 새경제팀의 성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신임 경제부총리나 경제수석이 남다른 이론을 강조하거나 무리한 일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아니다.

또 건설교통 농림수산 정보통신 보건복지 환경부등 신임경제장관의 대부분
이 해당분야에는 경험이 취약한 인물들이다.

이들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전문적인 소신이나 이론을 정책에 반영한다든지
기존의 골격을 뒤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새경제팀은 비자금사건 이후 냉각된 경제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일신
하는게 그 소임이라 할수 있다.

학계와 관계 정계 재계를 두루거친 포용력있는 인물을 경제부총리로 앉혀
그동안 과거청산과 개혁작업 추진과정에서 소외당한 계층의 불만을 다독거려
주는 역할을 맡게 한 셈이다.

따라서 새경제팀은 우선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영난 해소를 중심으로한 경제
활력 회복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고 중소제조업과 경공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만큼 경기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진작책을 마련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는 대기업의 설비투자촉진책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주에 대한 구속과 기소로 대기업들이 경영의욕을 상실하고 있는 상태인
만큼 이들의 의욕을 붇돋우는 대안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다.

기업지원 주무부처의 장관이자 신경제계획을 입안한 통상산업부 장관을
유임시킨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새경제팀의 첫작품이 될 새해경제운영계획은 기존팀
이 밝힌 것보다는 상당히 공격적인 방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행위에 대한 행정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수출이나 설비투자에 대한
자금및 세제상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리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문제는 정치일정에 대한 경제팀의 대응능력이다.

총선을 치르면서 정치에 끌려가 경제논리가 굴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 저곳의 불만을 무마하고 애로를 해소시켜 주는 과정에서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잃거나 선심용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따지고 보면 새경제팀은 대폭적인 개각에도 불구하고 운신의 폭이 좁다.

제목소리를 낼 겨를도 없이 저성장 고물가를 막는데 급급해야 할지도
모른다.

시장개방의 외압과 격해질 노사관계, 총선을 계기로 가중될 물가관리,
종합과세시행과 맞물려 흔들릴 금융시장등 안팎으로 난관투성이다.

한마디로 "잘해야 본전"인 여건에서 경제논리를 얼마나 지켜낼지 두고 볼
일이다.

< 정만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