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민들이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대해 냉혹한 심판을
내렸다.

17일 치러진 러시아총선에서 공산당과 자유민주당 등 옐친 대통령 반대
세력들이 개표초반부터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총선은 지역구와 전국구의원 각 2백25석씩 모두 4백50석의 국가두마
(하원)자리를 놓고 43개정당이난립한 가운데 실시됐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모스크바 현지시간 18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3시) 현재 89개 선거지역중 58개 지역의 중간개표결과(개표율 28.5%)
공산당이 22%를 득표해 11.2%를 득표한 극우민족주의계열의 자유민주당을
앞도적으로 앞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이끄는 "우리조국러시아당"은 9.5%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하며 친서방개혁주의계열 야블로코 진영의 8.4% 득표에 약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좌파로 분류되는 러시아여성당은 4.7%, 러시아 민주선택당 4.5%,
러시아 공동체회의가 4%씩 득표하고 있으나 전국구배분참여 하한선인 5%의
유효득표율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앙선관위는 전체유권자 1억5백만명중 64.9% 정도가 투표에 참가한 것으로
잠정집계돼 54.8%의 투표율을 기록한 지난 93년 총선보다 훨씬 선거열기가
뜨거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동서간 시간대가 11시간이나 차이가 나고 전산집계체제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최종집계결과가 나오는데는 2~3일이 소요될 예정이다.

구소련붕괴후 두번째로 실시되는 이번 총선은 러시아 개혁.개방정책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내년 6월 실시되는 대통령선거를 미리
점칠 수 있는 잣대라는 점에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공산당 지도자인 겐나디 쥬가노프는 18일 오전 러시아중앙방송과의 인터뷰
에서 "국가두마내에서 자유민주당을 비롯해 강력한 러시아를 만들 의사가
있는 세력이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겠다"고 말해 반옐친 연합전선을 펼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행정부의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당장에 경제개혁조치를 단행하거나
각료재구성안을 내놓을 생각은 없다"며 서방의 공산체제회귀 우려를 의식
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한편 옐친대통령은 "총선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체르노미르딘총리를 비롯한
일부 각료들의 경질은 없다"며 개혁조치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강조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