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conomist지] 일본, 금융위기 미국식 해결법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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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몇몇 일본은행들이 잇달아 쓰러지면서 전세계 금융가에는 일은행들
이 벼랑끝까지 몰렸다는 이미지가 확산됐다.
이 여파로 일본 금융기관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때 다른 선진국보다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했다.
일대장성은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90년대초 저축대부(S&L)조합
위기 해결에 사용했던 정리신탁공사(RTC)제도를 일본에도 도입키로 했다.
미RTC는 성공적인 제도였다.
설립 3년도 채 안돼 S&L위기를 수습했다.
일본판 RTC도 미국에서처럼 성공할 것인가.
금융위기라는 점은 같지만 각종 제도및 관행에 있어서는 당시 미국과 지금
의 일본간에 차이점이 많다.
우선 일금융당국의 감독은 허술하기 이를데 없다.
일본에서는 버블경제가 붕괴된지 5년이 지나도록 채무이행 불능인 신용
조합들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일금융당국은 오사카의 기즈신조의 대차대조표에서 6,000억엔(59억
달러)의 구멍을 찾아내고도 별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결국 손실액은 9,600억엔으로 불어났고 마침내 지난 8월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파산은행의 자산처리에서도 양국간 대조가 뚜렷하다.
92년말께 미RTC는 파산기업으로부터 인수한 총 자산중 78%에 해당하는
4,190억달러어치를 팔았다.
3년전 일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공동채권매수기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기관이 떠안은 부실자산은 4조3,000억엔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중 매각한 자산은 7%도 채 안됐다.
일본에서 이처럼 파산은행의 자산이 신속히 처리되지 않는 것은 금융제도가
미국에 비해 엉성한 탓도 있다.
예컨대 미RTC는 부실채권을 증권으로 재포장해 팔았다.
특정목적의 기금으로 변신시켜 RTC와 민간투자가가 공동소유하는 방법도
썼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두가지 모두 금지사항이다.
이런 고도의 금융테크닉외에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담보물 경매조차도
일본에서는 쉽지 않다.
첫째이유는 담보물 경매에 통상 야쿠자가 개입한다는 데 있다.
야쿠자들은 "내월급은 은행에서, 보너스는 증권사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
이다.
은행담보물의 소유권 다툼 역시 장애요인이다.
건물등 부동산 담보물의 경우 대개 수십명의 채권자가 자기소유를 주장
한다.
이때문에 부실채권의 순차적인 청산이 거의 불가능하다.
대장성도 담보부동산을 신속히 처리할 마음이 별로 없다.
일본 부동산가격은 5년전 절정기에 비해 큰 폭으로 급락했다.
일본 관료들은 부동산시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오히려 부실채권에 대한
지급준비금을 크게 늘리지 말도록 은행들에 권고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담보부동산 매각을 더욱 꺼려하고 있다.
이것 역시 미국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지난 91년초 미S&L위기때 미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지급준비금을 많이
확보토록 지시했다.
미은행들이 자금을 묶어두기 보다 담보물을 매각함으로써 부실채권을 털어
버리도록 유도한 것이다.
91년 6월 미부실채권은 자산의 3.2%였다.
그러나 92년말 1년반만에 이비율은 절반(1.6%)으로 줄었다.
반면 일본은행들은 부실채권을 거의 처리하지 않고 있다.
분석가들은 일도시은행의 자산에 대한 부실채권 비율이 6%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금융당국은 이달말 부실채권 공개강화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은행들로 하여금 지급준비금을 늘리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미국에서도 지난 80년대 남미 정부의 채무불이행사태때 부실채권공개가
주요이슈로 떠올랐었다.
당시 미은행들은 부실채권에 대한 지급준비금 확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로인해 남미의 부채탕감이 벽에 부딪쳤다.
그러나 미금융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87년 5월 시티코프가 무려 30억달러를 지급준비금으로 추가확보한다고
발표하자 다른 경쟁은행들도 여기에 따를수 밖에 없게됐다.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헐값에 팔아버렸다.
부실채권이 줄어들자 신규대출을 더 많이 내줄수 있게 됐고 이는 곧 수익
급증으로 이어졌다.
미은행들이 91~93년 사이에 부실채권을 신속히 처리할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은행들과 RTC는 결국 부실채권의 담보물을 팔아치울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냐는 것이다.
일은행들 대부분은 부동산시장이 단기간내에 회복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대폭적자를 감수해야 할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아는대로 실천한다면 일본판 RTC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 정리=노혜영기자 >
" The mandarins, the mob and the American model"Dec 9,1995,
(c)The Economist, London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8일자).
이 벼랑끝까지 몰렸다는 이미지가 확산됐다.
이 여파로 일본 금융기관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때 다른 선진국보다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했다.
일대장성은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90년대초 저축대부(S&L)조합
위기 해결에 사용했던 정리신탁공사(RTC)제도를 일본에도 도입키로 했다.
미RTC는 성공적인 제도였다.
설립 3년도 채 안돼 S&L위기를 수습했다.
일본판 RTC도 미국에서처럼 성공할 것인가.
금융위기라는 점은 같지만 각종 제도및 관행에 있어서는 당시 미국과 지금
의 일본간에 차이점이 많다.
우선 일금융당국의 감독은 허술하기 이를데 없다.
일본에서는 버블경제가 붕괴된지 5년이 지나도록 채무이행 불능인 신용
조합들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일금융당국은 오사카의 기즈신조의 대차대조표에서 6,000억엔(59억
달러)의 구멍을 찾아내고도 별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결국 손실액은 9,600억엔으로 불어났고 마침내 지난 8월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파산은행의 자산처리에서도 양국간 대조가 뚜렷하다.
92년말께 미RTC는 파산기업으로부터 인수한 총 자산중 78%에 해당하는
4,190억달러어치를 팔았다.
3년전 일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공동채권매수기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기관이 떠안은 부실자산은 4조3,000억엔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중 매각한 자산은 7%도 채 안됐다.
일본에서 이처럼 파산은행의 자산이 신속히 처리되지 않는 것은 금융제도가
미국에 비해 엉성한 탓도 있다.
예컨대 미RTC는 부실채권을 증권으로 재포장해 팔았다.
특정목적의 기금으로 변신시켜 RTC와 민간투자가가 공동소유하는 방법도
썼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두가지 모두 금지사항이다.
이런 고도의 금융테크닉외에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담보물 경매조차도
일본에서는 쉽지 않다.
첫째이유는 담보물 경매에 통상 야쿠자가 개입한다는 데 있다.
야쿠자들은 "내월급은 은행에서, 보너스는 증권사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
이다.
은행담보물의 소유권 다툼 역시 장애요인이다.
건물등 부동산 담보물의 경우 대개 수십명의 채권자가 자기소유를 주장
한다.
이때문에 부실채권의 순차적인 청산이 거의 불가능하다.
대장성도 담보부동산을 신속히 처리할 마음이 별로 없다.
일본 부동산가격은 5년전 절정기에 비해 큰 폭으로 급락했다.
일본 관료들은 부동산시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오히려 부실채권에 대한
지급준비금을 크게 늘리지 말도록 은행들에 권고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담보부동산 매각을 더욱 꺼려하고 있다.
이것 역시 미국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지난 91년초 미S&L위기때 미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지급준비금을 많이
확보토록 지시했다.
미은행들이 자금을 묶어두기 보다 담보물을 매각함으로써 부실채권을 털어
버리도록 유도한 것이다.
91년 6월 미부실채권은 자산의 3.2%였다.
그러나 92년말 1년반만에 이비율은 절반(1.6%)으로 줄었다.
반면 일본은행들은 부실채권을 거의 처리하지 않고 있다.
분석가들은 일도시은행의 자산에 대한 부실채권 비율이 6%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금융당국은 이달말 부실채권 공개강화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은행들로 하여금 지급준비금을 늘리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미국에서도 지난 80년대 남미 정부의 채무불이행사태때 부실채권공개가
주요이슈로 떠올랐었다.
당시 미은행들은 부실채권에 대한 지급준비금 확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로인해 남미의 부채탕감이 벽에 부딪쳤다.
그러나 미금융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87년 5월 시티코프가 무려 30억달러를 지급준비금으로 추가확보한다고
발표하자 다른 경쟁은행들도 여기에 따를수 밖에 없게됐다.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헐값에 팔아버렸다.
부실채권이 줄어들자 신규대출을 더 많이 내줄수 있게 됐고 이는 곧 수익
급증으로 이어졌다.
미은행들이 91~93년 사이에 부실채권을 신속히 처리할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은행들과 RTC는 결국 부실채권의 담보물을 팔아치울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냐는 것이다.
일은행들 대부분은 부동산시장이 단기간내에 회복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대폭적자를 감수해야 할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아는대로 실천한다면 일본판 RTC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 정리=노혜영기자 >
" The mandarins, the mob and the American model"Dec 9,1995,
(c)The Economist, London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