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가 이날 WTO에 낸 기본통신시장 개방안은 외국의 "완전개방" 요구를
수용하면서 국내업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릴수 있는 시간을 벌자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외국의 개방요구를 수용해 기본통신서비스 시장참여를 원칙적으로 자유화
하고 외국인투자도 유선전화도 무선전화와 같은 수준으로 크게 늘렸다.

반면 한국통신에 대한 외국인지분제한, 공중망과 접속하는 전용회선재판매
허용연기등은 국내업체의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로 손꼽힌다.

이종순정보통신협력국장은 통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 국내개방 후
국제경쟁" 원칙에 따라 단계적 개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국장은 "외국사업자와의 전략적제휴, 국내업체의 해외진출 촉진등을 위해
대폭적인 개방및 자유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국내업체들이
준비할수 있도록 부분적인 제한을 두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통부는 대세인 "대폭개방"을 따를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구체적인
폭을 놓고 고심해 왔다.

통신개발연구원을 통해 공청회에서 "98년 50%미만, 2000년 100%"란 시안을
제시해 전문가들의 반응을 살폈다.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여론조사도 했다.

일반국민 6백72명, 전화 다량이용기업 50개, 통신기기업체 20개등을 대상
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경쟁과 개방이 통신서비스및 품질을 향상
시키고 기술발전을 촉진하는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고 자원낭비나 외국업체에
대한 종속등의 부작용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국내업체의 경쟁력에 대해 이미 있거나 곧 생긴다는 응답이 3분의2선
을 넘어섰다.

정통부는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외국인투자한도를 33%로 비교적 큰폭으로
잡았다.

동일인 한도 역시 33%이다.

현재 유선전화는 전혀 금지돼 있고 무선전화만 3분의1까지 허용하고 있으나
98년이후 유.무선 구분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이번 개방으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초고속정보통신기반구축
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대표자및 임원비중제한을 풀어 외국의 뛰어난 경영능력및 기술을
도입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기가 쉬워질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시장진입제한도 완전히 풀기로 했다.

사업자수를 제한하지 않음으로써 누구나 기준에만 맞으면 통신사업을 할수
있게 된다.

지금은 정부가 사업자허가방법을 공고한뒤 희망업체로부터 제안을 받아
허가한다.

정부가 마음대로 사업자숫자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통신시장 참여를 제한
하고 있다.

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회선재판매도 사업자수와 외국인지분제한을
없애 완전자유화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외국인들이 한국통신등 국내 통신회사의 통신회선을 빌려 제3자
에게 다시 판매할수 있게 된다.

국내업계가 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 배려한 대목으로는 대주주금지, 한국
통신 지분허용범위 축소, 회선재판매 제한등이 손꼽힌다.

특히 회선재판매는 국내에서 전혀 준비가 없어 당장 허용할 경우 외국의
독무대가 될 우려가 높은 분야이다.

정통부는 이번에 낸 최초양허안을 관철시킨다는 전략으로 협상에 나섰다.

국제적으로 무리없이 받아들일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내년4월 협상이 마무리되면 양허안의 내용을 반영해 국내법도 개정할 계획
이다.

<정건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