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11월30일특별수사본부설치->1일 소환통보->2일 사전구속영장청구의 수순
에서도 검찰의 속도전을 읽을 수 있다.

사법처리속도만을 보면 검찰의 잇따른 수순은 유례가 없는 초고속으로
두어지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전씨사법처리에 속력을 붙일 수 있는 것은 12.12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이미 다끝나있는 상태여서 사법처리수순만 남아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한지 불과 이틀만에
전직대통령을 구속하는 배경은 궁금증을 던지고 있다.

당초 검찰은 전씨를 한두차례 소환조사한 후 구속한다는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태우씨가 선례이기도 했다.

2일에도 전씨가 소환에 응하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일단 철야조사를
벌이고 귀가시킨 뒤 2차소환에서 사법처리한다는 것이다.

군형법상 군사반란혐의라는 혐의의 중대성에 비춰 구속수사가 불가피하지만
일단 전직대통령임을 고려, 법적인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간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이같은 방침이 사전구속영장청구라는 초강수로 돌변케 한
자극요인은 2일의 전씨성명내용과 발표태도였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찰은 전씨가성명을 발표하면서 검찰의 어떤 소환과 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검찰권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같은 성명내용이 발표된 지 검찰수뇌부들은 전씨의 태도에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수뇌부의 잇따른 대책회의에서 조기사법처리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고위간부는 "전씨의 행동은 검찰권에 대한 정면도전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그렇다면 검찰도 외길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전씨의
대국민성명이 영장청구를 앞당기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셈이다.

여기에다 전씨의 성명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역사의 죄인이 무슨 할말이
있으냐"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있다"는 등 들끓고 있는 점도 검찰의 조기
영장청구의 촉발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전씨를 하루빨리 구속하는 것만이 망발을 막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요인이 됐다.

따라서 검찰은 전씨의 성명이 촉발시킨 조기사법처리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또 이번 수사가 자칫 장기화될 경우 사회적으로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지적도 조기구속쪽으로 가닥을 잡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씨가 의외로현정부에 정면도전하고 나섬에 따라 전씨를 오랫동안 놔둘
경우 전씨의 성명에서도 나왔듯이 좌우의 이념대립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운동권에서도 5.18특별법제정발표이후 가두시위의 횟수를 늘리는 등
혼란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검찰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다 김영삼대통령이 1일 밝혔듯이 북한이 전투기등을 전진배치하는등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점도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검찰은 이같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씨를 속히 구속
수감한 후 신속한 기소를 통해 사건을 매듭짓는다는 방침에 따라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같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사법처리는 너무 빠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재야와 야당에서 요구하고 있는 특별검사제를 차단하기
위해 검찰 특유의 속도전을 발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