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배 뉴욕특파원 ]

지난달 20일, 뉴저지의 한 음식점에는 30대 전후의 청년 중역 15명이
모였다.

여기에는 미국에서도 내로라하는 AT&T의 벨연구소와 IBM의 왓슨연구소에
근무하는 박사 10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형식은 간담회였지만 진행은 토론에 가까웠다.

청년 중역이란 입사 4~5년차의 LG전자 프레시 보드(FRESH BOARE)멤버들
이다.

프레시 보드는 사장이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직접 듣기 위해
사업장별로 만들어진 사장 직속의 이사회인 셈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의결권이 없는 한시적인 조직이다.

이들은 세계화시대에 걸맞게 스스로 회사를 환골탈태시키겠다며 사장에게
건의, 10일동안 미국의 유명기업들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다.

소위 벤치 마킹을 하러 나온 것이다.

뉴저지에서의 모임도 벤치 마킹의 하나임을 물론이다.

연구소의 박사들은 젊은 중역들의 질문에 소상히 많은 점을 얘기해 주었다.

여기에서는 선진기업의 걸림돌이 되는 한국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가장 심각하게 대두된게 나이차별(AGE DISCRIMINATION), 성별차별
(SEX DISCRIMINATION)이었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든가, 또 여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풍조가 힘의 응집을 깨고 회사의 화합분위기를 해진다는 충고였다.

특히 한 기업에 생성된 기업문화는 관리나 생산과는 비교할수 없는 중요성
을 가진 것으로 지적됐다.

IBM의 이기원박사는 "한때 어려웠던 회사가 쉽게 정상을 되찾게 된데는
팀워크와 동료간의 존경을 모토로 하는 기업문화가 큰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AT&T의 진성호박사는 "회사가 개인에게 부여해 주고 있는 기회와 도전할수
있는 바탕들을 구성원들은 큰 프라이드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간담회 외에도 청년 중년들은 직접 마이크로 소프트, 인텔, 브루머
리서치, 플루크, 제너럴 데이터 코뮤니케이션등 세계 초일류 기업의 현장에
들어가 의사결정 시스템, 종업원의 불만및 제안사항의 처리방법, 환경보호
전략등을 폭넓게 살펴봤다.

특히 각 기업들의 생존전략은 청년 중역들에게는 인상적인수 밖에 없었다.

한창 각광을 받는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경우, 뛰어난 브레인들이 모여
세계 인류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하드웨어는 하청업체들에게 납품받아
실질적인 조립은 자사 공장에서 했다.

하진봉청년이사는 "영리하고 효율적인 기업경영에 감명을 받았고 이러한
형태가 바로 21세기형 기업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너럴 데이터 코뮤니케이션의 직원들은 동종업체에서 선두주자가 되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종업원들은 자사 주식소유에 열심이었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현관에 주가현황판을 만들어 시간별로 체크가 가능토록
했다.

18개월 마다 직무를 교체하는 것도 일에 대한 동기부여의 효과면에서는
만전이었다.

사실 우리 기업문화는 일본의 군대식문화를 아직도 답습하고 있는 부문이
많다.

일의 분화도 수평적팽창이 대부분이다.

반면 미국은 수직적특화, 즉 특정한 분야에 세계 최고의 전문성을 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그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와 기술을 근간으로 차세대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 기업들도 여기에 호흡을 맞춰야 한다.

LG의 청년중역들처럼 기업의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세계 선진기업을 다니며
일류(벤치 마킹)을 배울때 우리의 시각교정은 자연스레 이루어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