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총회장(72)이 없는 한보그룹는 어떻게 굴러 갈 것인가.

정총회장이 29일 밤 전격 구속되자 "한보의 앞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는 그동안 "한보=정태수"란 등식이 성립했던 만큼 한보의 경영은 일단
위기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전권을 정회장이 쥐고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특히 자금에 관한 한 정회장 말고는 그룹내에서 세세한 내용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3남인 정보근그룹부회장(32)이 경영권 승계에 대비해 왔지만 아직은 시기
상조라는게 대체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시적인 자금난등 경영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그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당진철강공장 2단계 공사와 유원건설인수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총회장의 "옥중경영"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지난 91년 수서사건 당시 정회장은 감옥에서 7개월 동안 경영전반을
리모트 컨트롤 했었다.

더구나 내년말로 최종 완공을 앞둔 당진철강공장에 대해 정회장의 집념이
보통 이상이어서 그가 경영에서 쉽게 손을 떼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물론 정부회장이 전격적으로 경영권을 물려받을 수도 있다.

정부회장은 수서사건때 부친의 지시에 따라 그룹을 경영했던 경험도 있다.

또 이때 충실한 경영수업을 받아 젊은 나이에 비해 "위기 관리능력"도
뛰어나다는게 그룹관계자들의 평가다.

정회장 구속직후 한보는 정부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정총회장의 구속은 한보 입장에선 예기치 못했던 돌발상황이었다.

따라서 정부회장이 당장 경영권을 넘겨받을 준비는 안된 것으로 보인다.

정총회장의 수감기간이 길어져 설령 정부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더라도
정총회장의 "수류청정"이 어느정도는 계속 될 것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