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의 현장을 찾아 격려하기위한 것이라는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김대통령이 취임후 금융기관을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금융가에서는 김대통령이 방문한 곳이 왜 한일 상업은행인가가 온통
화제였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들이 시중은행을 공식 방문한 적은 거의 없었다.
전두환전대통령이 지난 87년 12월 1일 한국은행 신관을 개관할때 방문한
뒤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찾은 적이 없었다.
김대통령이 실명제 확인을 위해 한일은행을 첫 방문지로 선정한 것은 지난
9월 4일 청와대를 방문한 이관우행장과 나눈 "실명제"를 주제로한 대화가
인연이 됐을 것이란 게 한일은행측의 생각이다.
이행장은 당시 영업부 직원인 박계숙씨등 2명의 여행원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 김대통령이 가입한 공익상품인 "통일로 미래로"통장을 전달했다.
이때 김대통령이 통장을 전달받으면서 여직원들에게 최근 은행창구현황에
대해 묻자 이들이 "고객들의 실명화율이 98%에 달하는등 금융실명제가 잘
정착되고 있어 창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는 것.
김대통령은 실명제가 착실히 정착되고 있다는 말을 들고 매우 흡족해
하면서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행장과 실명제에 관해 한참동안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이 한일은행에 이어 인근에 위치한 상업은행을 방문한 것은 이
은행에 있는 본인 계좌를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실명제를 대통령부터 직접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보여진다.
김대통령은 최근 비자금사건으로 "의혹"의 은행지점으로 떠오른 청와대인근
상업은행 효자동지점에 계좌를 갖고 있는데 이날 상업은행 본점 10층 영업
추진부에 와서 본인 스스로 계좌를 직접 확인한 것.
금융계에선 김대통령의 시중은행 방문이 최근 비자금사건으로 가뜩 위축
되어 있는 금융권의 사기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명제이전에는 은행들이 본의아니게 비자금창구로 이용됐으나 실명제
이후에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대통령 스스로 입증해 보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 은행임원은 "대통령이 직접 시중은행을 찾은 것은 이번 비자금사건과
금융권이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해준 것 아니겠느냐"며 비자금파문이
금융권에 미칠 영향이 최소화될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