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급진전되고 있다.

내달 4일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
는 검찰은 29일 평균 1백억원대의 노씨 소유로 보이는 새로운 가.차
명계좌 28개에 압수수색을 실시함으로써 전체 비자금 총액 규명에
바짝 다가섰다.

노씨가 대국민 사과성명에서 밝힌 비자금 총액 5천억원을 밝히기위해
그동안 검찰은 계좌추적작업,대기업 총수 소환,노씨 구치소 방문조사,
친인척 부동산및 해외 은닉 재산 파악등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왔다.

이같은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불구,검찰의 수사는 3천5~6백억원
정도의 비자금을 확인한 후 1달여 동안 소강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내달 4일께 노씨의 기소시점에서 그의 공소장에기재된 비자금 규모가
5천억원을 훨씬 밑돌 경우,그동안의 검찰수사 자체가불신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검찰은 중간발표 이전에 최소 5천억원을 맞추기위해 막바지
안간힘을 써 왔다.

검찰이 29일 28개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검찰은 비자금 총액의 규모파악을 마무리한후 수사를 마무리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그동안의 수표추적및 관련자 진술에서등장하지 않은 계좌까지
입수함으로써 검찰은 조성총액을 밝힌 후 사용처 수사에 들어간다는
수사순리도 따를 수 있게 됐다.

6개 시중은행과 3개 단자사, 4개 증권사 등 13개 금융기관의 28개
가/차명계좌에서 의외로 엄청난 액수가 등장할 경우 조성총액은 5천억원을
훨씬 상회할 수도 있다.

추가액수가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5천억원은 넘기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입금액 기준으로 밝혀낸 3천5백억원이 입출금과정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실제액수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소한 5천억원까지는 규명한 후 그 이상도 밝히겠다는 입장을
수사초기부터 밝혀왔다.

그러나 검찰은 일단 새로운 계좌 압수수색을 통해 최소한 5천억원을
맞춰 노씨를 기소한 후 1단계 수사를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는 각종 비리에 대해 이를 해소한다는
차원의 수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노씨의 친인척 부동산 매입자금과 해외로 은닉한 자금 등을 캐냄과
동시에 율곡사업과 경부고속전철사업, 한전 원전설비공사 등 외국과의
합작사업에서 받은 리베이트 등을 시일을 두고 차분히 밝혀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간 비자금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노씨 비자금에 수사를 국한해 왔다.

대선자금수사와 관련 정치인들에 대한 조사는 노씨 비자금과 관련될
때만 수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에 대한 사법처리 기준은 압수수색과정에서 기업인들의 추가
뇌물액수를 파악한 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기업 총수들을 모두 기소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총수들의
구속여부에 대해서는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책 사업수주 등과 관련, 노씨에게 상습적으로 뇌물을 갖다준 대기업
총수2~3명의 구속을 신중히 검토중이지만 국가 경제와 해당기업에 미칠
영향때문에 고심하고 있다는게 검찰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장기과제로 넘기면서 비자금 사건 수사는
노씨의 기소를 고비로 한 풀 꺾일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은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