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흥보가 기가막혀"라는 가요가 각종 음악프로그램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가 접한 현실을 잘 반영해 주고 있어 나이 구분없이 애창되고
있는 것같다.

몇주전에 발생한 일본총리의 망언,노태우씨와 측근들의 부정부패,국회의원
들의 욕설,그뒤에 나타나는 정족수미달의 텅빈 의사당을 보면 악덕한 놀부
를 탓하지 않던 선량한 흥보도 참으로 기가막힐 일이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회의사당이 몇몇 조직의 격투장으로 변해
가고 있다.이처럼 사방엔 온통 흥보가 기가막힐 일만 쌓여있다.

이처럼 기가막힐 일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의욕을 잃고 소외감을 느끼게 된
다.

정경유착속에 정치도 경제도 모두가 불안하기만 하니 흥보같이 선량한 국
민들은 설 곳이 없다.

엄동설한에 쫓겨났던 흥보의 심정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더 춥기만 하다.

이젠 더이상 흥보가 기가막힌다는 유행가 가사가 현실을 표현하지 않는
동화처럼 들렸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