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윈도95의 출시를 바라보는 국내 업체들의 입장은 착잡하다.

한글윈도95가 분명 국내 PC및 관련 시장을 일우켜 세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운영체제 발표에 맞춰 자사의 신제품
발표 스케쥴을 맞추고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하는 국내 업체들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미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스와 윈도등은 전세계 운영체제 시장의 95%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로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계를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 자사의 PC에 윈도를 기본탑재하는 것과 관련한 협상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토로한다.

이와함께 마땅한 운영체제를 갖고 있지 못한 국내업체로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제품을 발표하면 적당한 보호막도 없이 이에
끌려갈 수 밖에 없으며 그에 따른 비용증가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글윈도95는 영문윈도95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운영체제의 덩치가 커짐에 따라 대부분의 기존PC사용자들은 이를 원할히
사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드웨어 자원을 추가 구입해야 하며 이에따른
비용증가를 감수해야 한다.

또 한글윈도95는 개인정보누출 위험성이 여전히 남아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MSN)의 국내 진출로 인한 국내 PC통신회사들과의
마찰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기존의 도스및 윈도 응용프로그램들과 완벽하게 호환되지 않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대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나름대로 국내 관련업계에 중요한 정보화
도구를 제공해주는 입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발전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국내 하드웨어및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을
대상으로 윈도 응용제품의 개발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개발자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위한 조직을 상설 운영하고 기술적 지원을
위한 전문지원팀이 관련업체들을 지원해왔다.

또 전세계에서 윈도용 응용프로그램 및 관련기기를 만드는 개발자들을
위한 컴퓨터 통신 지원체계를 갖춰 나갔다.

이와함께 개발자 세미나와 시험소를 설치,운영해왔으며 한글서체 프린터
구동프로그램 등을 국내 업체들과 공동으로 개발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전용 컴퓨터 통신망과 국제표준코드개발을 위한
개발자협의회를 운영키로 한 것등도 운영체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할 몫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응용프로그램등을 개발해 온 업체들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충분히 솔직하게 자사가 갖고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고 있다고 불평한다.

명백하게 기술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대외비임을
내세워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국내 운영체제 시장 규모에 비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국내
관련업체들이 본사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불만의
대상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한글윈도95를 공급받는 국내 업체들로서는
어떤 값에 한글윈도95를 받느냐가 곧 국제 경쟁력과 연결된다.

국내 PC업체들이 지불하는 윈도95 관련 로얄티가 경쟁국가에 비해
높다면 이는 국내 PC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들과 사용자들로서는 한글윈도95를 대체할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운영체제를 개발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면
운영체제를 이용한 응용프로그램과 관련기기 개발분야에서만이라도
남들보다 앞서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글윈도95는 국내 업체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면서
현명하게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