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씨의 비자금사건을 계기로 입법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돈세탁방지법
이정부와 민자당에 의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재정경제원과 민자당은 개략적인 골격을 확정,구체적인 조문작업을 진행중
이다.

대체로 야당이 공동으로 이미 제출해 놓은 법안을 수용하되 금융관행상
무리한 부분을 일부 수정하는 내용이다.

정부여당안의 주요 골격은 3천만 또는 5천만원이상의 고액 "현금" 거래자에
대해선 입출금상황을 금융기관이 거래일로부터 일정기간내에 국세청에 통보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탈세 밀수 뇌물등 불법적인 자금인줄 알면서 자금출처를 숨길수 있도록
세탁을 해준 금융기관과 직원은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이와함께 현행 금융실명제 긴급명령의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금융기관
직원의 차명거래 알선행위도 돈세탁행위로 간주해 처벌토록 하는 조항을
담기로 했다.

돈세탁을 의뢰한 사람도 돈세탁교사범으로 처벌토록 했다.

그러나 야당의 법안중 "불법자금으로 의심되는 자금에 대해선 금융기관
직원이 수사기관에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한다"고 돼있는 조항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수사기관에 통보를 의무화 할 경우 금융거래의 안정성을 크게 해칠 뿐
아니라 상호불신과 투서등으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정부여당안은 수사기관에 통보의무만을 제외하면 현재 야당의원
85명의 공동명의로 국회에 계류중인 "자금세정규제법안"과 비슷한 골격이다.

국민회의 민주당등 야당안의 주요 내용은 우선 돈세탁행위자와 의뢰자를
모두 처벌할 수있도록 했다.

또 3천만원이상의 국내현금거래와 해외현금유출은 국세청에 통보토록 했다.

이밖에 불법자금이라고 의심가는 자금은 금액에 관계없이 수사기관통보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금융실명제 비밀보호조항의 예외를 현재 보다넓혀 국회에서도 금융거래
내역을 들여다볼수 있도록 하자는 조항도 들어있다.

정부와 민자당은 야당이 당초 지난해 12월 자금세정규제법안을 제출할
때만 해도 대여공세용으로 쓸 의도로 해석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
이었었다.

실제로 야당도 여권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아래 상당히 강경한
내용을 담았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노태우씨 비자금사건이 터져 여당측도 더이상 버틸
명분이 없어졌다.

이원종 청와대정무수석도 "정권의 도덕성을 입증하는 차원에서 여권이
자금세탁법을 기피하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며 수용입장을 민자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경제원도 금융실명제가 있는데 별도의 법을 또 만들 경우 금융거래를
위축시키고 금융기관 이용기피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으로 더이상 반대하기 어려워 졌고 여당측도 "수용"
쪽으로 돌아서 중재안을 제시한 상태다.

물론 차명거래를 불법화할 경우 정치권도 자금관리가 상당히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법이 순탄하게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미 대통령이 입법방안 검토를 지시했고 야당안이 상당히 공감을
얻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입법가능성이 높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안상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