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통신이 지난 20일 세진컴퓨터를 전격 인수한 것은 우선 자금난에
부딪혀 왔던 세진과 PC유통망 확대를 바라는 대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진은 지난 5월 서울에 대규모 직영 양판점을 개점하면서 수도권
각지에 대형건물을 임차해 직영점을 확대해왔으며 삼성 LG를 웃도는
막대한 규모의 광고공세와 초가격파괴등으로 규모의 확대에 열을
올려왔다.

그러나 세진의 한상수사장은 자기 자본없이 각종 PC부품등을 3개월에서
5개월 어음으로 구입하고 소비자들에게는 현금을 받고 판매하는 형태로
기업을 운영해 "아랫돌 빼내 윗돌을 괴는 형식"의 위태로운 경영을
공공연히 해왔다.

특히 서울에서 본격적인 외형부풀리기에 나선 이래 지난 10월부터
엄청나게 쏟아지는 회수어음을 제때 막지 못해 부도직전이라는 소문이
관련업계사이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대우통신의 세진인수는 막다른 골목길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최후의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대우통신은 최근 끊임없이 부도설에 휘말려왔던 세진을 그대로 고사시킬
경우 자사의 최대 유통망이 사라진다는 점과 그대로 세진이 무너질 경우
2백억원 이상의 악성부채를 떠맡게 된다는 점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세진의
직접 경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삼보 LG등과 비교할 때 형편없이 떨어지는 전국 유통망을 갖고
있는 대우통신은 세진이 없어질 경우 우선 자사의 PC판매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그동안 담보없이 신용으로 공급해왔던 PC대금을 회수할 길이 없어
고심끝에 세진 인수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대우통신의 세진 인수는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예상돼왔으나
양사는 끈질기게 이를 부인해왔다.

20일 세진을 인수, 직접 관리에 나선 대우통신은 현재 뚜렷한 세진
유통망 활용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우선 세진이 안고 있는 정확한 부채규모를 파악하고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등에 대한 실사 작업이 끝난 후에야 대우통신의 판매망으로서
세진에 대한 활용계획이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세진컴퓨터랜드를 창업한 한상수사장은 지난 90년 11월 부산 범일동에서
5평규모의 점포로 컴퓨터유통업을 시작한이후 91년 5월 대우통신과 정식
대리점계약을 맺고 그해 9억8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93년 부산및 경남 컴퓨터유통업계를 장악했으며 94년 10월 대구지점,
95년 1월 대전지점을 개점한 후 지난 5월 잠실점을 개점함으로써 서울지역에
상륙했다.

세진컴퓨터랜드는 현재 1천2백명의 직원과 전국 12개 지점을 거느리고
있으며 연말까지는 지점수를 17개로 늘릴 계획이었다.

세진은 그동안 자체브랜드PC를 75%정도 판매했으며 대우통신제품 20%
기타제품 5%정도를 취급해왔다.

세진은 지난 9월 3백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10월에는 2백10억원으로
크게 떨어졌으며 이달에는 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서는 컴퓨터 유통업계에서 "브레이크없는 벤츠"로 무한
돌진을 해왔던 세진의 경영에 대우통신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건실한
유통업체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