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예기치 않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업무가 마비된 와중에서도 금리인하 기대로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는 대망의 5천포인트에 바짝
접근했다.

16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올들어 59번째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폐장가는 하루전보다 46.61포인트(0.95%) 오른 4,969.36.

다우지수는 대공황 직전인 1925년과 64년에도 1년동안 59차례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지수가 연내에 한차례만 더 최고치를 경신하면 95년은 미국 증시사상
다우지수 최고치가 가장 많이 경신된 해로 기록된다.

이날 5백개 종목을 대상으로 하는 스탠더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3.38(0.57%) 오른 597.34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다우지수 5천포인트 돌파는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시장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어 이르면 1주일내에, 늦어도 월말까지는 이
선을 넘어서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일내에 다우지수가 5천포인트를 돌파함과 동시에 S&P500지수가 6백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도 있다.

올들어 뉴욕증시 주가는 예상외로 급속히 올랐다.

다우지수는 지난해말 3,834.44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니까 올들어서만 30%나 급등한 셈이다.

지난 2월23일 다우지수가 4천포인트를 돌파한 직후만 해도 전문가들은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이 예상되며 하반기에는 3천포인트대로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9개월만에 5천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증시 주변여건을 언듯 보기엔 주가는 떨어지는게 정상이다.

정부부채한도 잠정인상안과 균형예산안을 놓고 백악관과 의회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고 있는 것이 그 첫번째 이유이다.

지난 14일부터 연방정부 업무가 마비됨에 따라 정국은 극도로 혼미하다.

클린턴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고 있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담에 참석하려던 계획까지 포기했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도 미국경제의 "소프트랜딩"(물가불안 없는 안정
성장)을 낙관하기엔 미흡하다.

15일엔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문가들의 예상(0.2%)보다 약간 높은
0.3%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16일엔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이 제조업 경기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뉴욕증시가 이같은 악재를 거뜬히 소화해낸 원천은 한마디로 금리인하
기대이다.

지금 증시에는 백악관과 의회가 극적으로 균형예산안에 합의하고 나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단기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해 있다.

재정긴축을 골자로 하는 7개년 균형예산안이 통과되면 재정긴축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FRB가 금리를 내린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FRB가 금년말께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0.25% 포인트
가량 내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만기 1년 이하의 국채에서 만기가 길수록
오히려 수익률이 낮은 이른바 수익률 역전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액면가 1천달러인 30년 만기채의 경우 16일 금리인하 기대로 10달러
이상 급등, 시세와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6.29%에서 6.23%로 떨어졌다.

뉴욕증시에서는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선물이나 옵션을 팔았던
일부 투자자들은 손실을 줄이려고 서둘러 매수주문을 냈다.

하지만 신중한 전문가들은 다우지수가 연내에 5천포인트를 돌파한뒤
4천대로 밀렸다가 내년에 다시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