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대통령이 구속수감됐다.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을 수사중인 대검중수부(안강민검사장)는
16일 노전대통령(62)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했다.

검찰은 노전대통령이 재임기간동안 국내 기업들로부터 국책사업과
대형건설사업과 관련,2천3백58억9천8백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라고
밝혔다.

이로써 노전대통령비자금사건은 지난달 19일 민주당 박계동의원이
국회에서 노전대통령의 비자금계좌를 폭로한 지 27일만에 일단락됐다.

구속영장은 이날 오후 6시51분께 서울지법 항소6부 김정호판사에 의해
발부됐으며 영장청구는 이사건 주임검사인 문영호 중수2과장이 맡았다.

노전대통령은 오후 7시30분 영장집행 직전 대검청사 현관앞에서 "국민
여러분에게 정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노전대통령은 또 "나로 인해 많은 기업인들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기업인들이 국제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밀어주고 보호해 주기를 바란다"
고 당부했다.

노전대통령은 이어 "나혼자 모든 책임을 지고 어떤 처벌도 달게 받을 각오
가 돼있다"며 "이것을 계기로 정치인들은 불신과 갈등을 다 씻어 버리고
화해와 협력으로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물려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전대통령은 지난 91년 5월 초순경 청와대집무실에서
대우그룹 김우중회장으로부터 90년 9월 진해해군잠수함기지 건설공사를
대우가수주할 수 있도록 해준 데 대한 사례와 세제 금융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선처해주는 대가로 모두 7차례에 걸쳐 2백4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있다.

검찰은 또 지난 88년 3월부터 92년 말까지 집무실에서 김회장외에
동아그룹 최원석회장 등 총 30개기업체대표 30명으로부터 기업경영에
대한 선처등의 명목으로 모두 2천3백58억9천6백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함께 대통령은 정부수반으로서 각종 인허가를 취소 중지할 수
있는 행정권한을 가지며 통화 금융 조세 대형건설사업과 관련, 기업경영에
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만큼 기업들로부터 받은 금품은 뇌물죄적용
대상인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전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가 마무리됨에 따라 노전대통령에게
뇌물을준 기업총수 30명에 대한 사법처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들중 구속영장상에 기재된 대우그룹 김회장과 동아그룹 최회장에
대해서는 뇌물액수등을 감안, 뇌물공여혐의가 우선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러나 뇌물제공이 아닌 단순한 성금제공 기업인에 대해서는
그동안 국내의 정치풍토를 감안,대부분 불구속입건하거나 무혐의 처리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비자금을 조성 또는 관리해온 이현우전대통령경호실장 이태진
전청와대 경리과장 등 친인척과 측근에 대한 사법처리도 앞당겨질 전망
이다.

검찰은 15일 오후3시 검찰에 출두한 노전대통령을 상대로 원전건설 등
대형국책사업에서 기업에게 이권을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는지 철야조사
했으며 이 과정에서 그동안 확보한 뇌물혐의증거를 확인했다.

<윤성민.한은구.송진흡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