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있는 그대로의 볼을 치는 것이 철칙인줄 알았는데 볼을
집어들다니 웬일입니까"

"페어웨이에서 볼을 집어들었으니 1벌타를 부과해야 하는것 아닙니까"

2주전 중문CC에서 열린 조니워커스킨스게임과 지난주 성남GC에서 열린
현대클래식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나타냈다.

그것도 그레그 노먼, 톰 카이트, 존 데일리 등 세계적 선수들이
페어웨이에서 볼을 집어들어 다시 좋은 위치에 놓고 플레이했으니
내막을 알지 못하는 아마추어들로서는 혼동을 할만하다.

내용인즉 두 대회를 주관한 경기위원장이 로컬룰을 적용, 선수들로
하여금 볼을 좋은 위치에 플레이스하고 경기를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골프규칙 부칙 의 로컬룰 조항(Preferred Lies)에 보면 "코스의
상태가 진흙 등으로 악화되는등 특히 겨울철의 악조건아래서는 위원회는
코스보호 또는 유쾌하고 공평한 플레이를 위해 로컬룰로 구제처리를
규정할수 있다"고 나와 있다.

구제내용은 "스루 더 그린에서 풀을 짧게 깎은 구역에 있는 볼을
벌없이 움직이거나 집어올릴수 있으며 또한 닦아서 홀로부터 가깝지
않고 원위치로부터 6인치이내에 플레이스할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경기위원장 설명은 두 골프장의 상태가 세계적 선수들이 플레이
하기에는 비정상적이어서 이 로컬룰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유명선수들의 묘기를 비정상적인 코스조건때문에 볼수 없다는 것은
선수나 갤러리들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배경설명이다.

그러나 경기위원장의 본래의도와 거듭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터치플레이"를 대부분 처음 본 갤러리들은 실망스런 빛을 보였다.

로컬룰로 정했다고는 하지만 세계적 선수들이 페어웨이에서 볼을
집어들어 닦고, 다시 좋은 위치에 플레이스하는 모습은 아마추어골퍼들
에게 악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많은 아마추어들이 단지 "친선경기"라는 이유로 터치플레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텔레비전 생중계가 되는 상황에서 프로들이 터치플레이를 한다는
사실은 이를 정당화시킬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둘째, 중문이나 성남골프장은 그래도 국내 다른 골프장에 비해
코스상태가 좋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인데 터치플레이를 허용함으로써
선수들의 "진지함"을 뺏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두 대회가 공식대회는 아니었지만, 터치플레이로 말미암아 선수들이
혹시 이 대회를 "재미"나 "오락"수준으로 여기고 느슨하게 임하지
않았겠느냐는 우려이다.

실제 그레그 노먼은 중문CC에서 "볼의 진행경로에 지주목이 있으니
구제해달라"고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한바 있다.

셋째는 로컬룰 만능주의를 조장할수도 있다는 점이다.

로컬룰은 어디까지나 예외이다.

예외가 많다 보면 본령의 취지가 흐려지는 법이다.

볼을 칠수 없는 지역이 있으면 수리지로 지정하면 되는 것이지,
페어웨이 일부의 상태가 좋지않다고 전체를 구제해준다는 것은 골프의
속성과 거리가 멀다.

갤러리들은 "프로들은 디보트에 빠진 볼을 어떻게 치는가"가 더 관심사
일수도 있다.

선수들에게는 쾌적한 코스컨디션을, 갤러리들에게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허용한 터치플레이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게 중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