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돈민하나은행PB팀장(34).

그의 직급은 4급대리다.

다른 사람같으면 그저 지점장의 대리역할을 해야할 위치다.

그러나 그는 매주 금요일 열리는 본점부서장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한다.

단순한 업저버자격이 아니다.

반드시 참석해야하는 정식멤버다.

그가 맡고 있는 PB(Private Banking)팀장이 엄연한 본점부서장이기
때문이다.

문대리가 본점부서장회의의 정식멤버가 된 것은 이달부터.

그는 지난달 실시된 행내공모에서 3대1의 경쟁을 뚫고 PB팀장이 됐다.

PB팀장은 우량고객을 전담하는 영업점의 PB센터를 총괄하는 한편 새로운
방향성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역할을 맡은 직책이다.

대학원에서 재무관리를 전공한데다 증권과 채권업무에도 해박하고
신상품개발에도 일가견이 있어 은행권에선 최초인 "4급부서장"으로 선발
했다는게 하나은행의 설명이다.

4급대리의 본점부서장 발탁이 파격적인 만큼 문팀장의 각오도 남다르다.

"프라이비트뱅킹은 우량고객이나 거액고객만을 전담, 가장 빠르고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재테크와 재산관리등을 효율적으로 해주지 않은채 단순히 그럴듯한 공간만
제공하는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재무와 세무등에 관한 상담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PB업무를
한단계 끌어올려 하나은행만의 독자적인 모델을 창출하겠다"는게 취임의
변이다.

이런 각오를 실현시키기위해 문팀장이 구상하는건 여러가지다.

우선은 자신부터가 세무나 법률 금융상품등에 관한 철저한 전문가가 될
생각이다.

또 VIP고객별로 전담직원을 배치,완벽하고 신속한 서비스가 가능토록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월1회 각종 예.적금현황통보 <>종합과세신고대행 <>각종
금융상품및 세무책자의 정기배부 <>변호사 펀드매니저등에 의한 전문적인
상담 <>대여금고및 사무기기 무료제공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문팀장이 다른 무엇보다도 심혈을 기울이는건 개별 고객의 조건에 맞는
철저한 재산관리다.

이를 위해 "솔로몬신탁과 재산신탁등을 통해 은행상품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기업어음(CD)등 다른 금융기관상품들도 한꺼번에 투자할수 있게
안내하겠다"고 한다.

아울러 고객들로 이뤄진 "포커스그룹"을 통해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적극 찾아나서겠다고 말한다.

"우리나라풍토에서 우량고객을 우대하는 이른바 고객세분화가 정착되기엔
아직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고객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금융상품도 복잡다기해질것이기
때문에 고객세분화는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이런 추세에 미리 대응, 은행차원에서 책임을 지고 준비해가는게 얼마나
큰 보람입니까"

문팀장의 반문에서 그가 4급대리이면서도 새로운 금융영역인 PB팀장으로
전격 발탁된 이유를 금방 느낄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