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는 성조기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 정보산업을 이끌어가는 핵심으로 인정받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은 미국만을 생각하며 살아가지는 않는다.

세계를 가슴에 품고 일하고 생활한다.

국제화 세계화의 거창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세계에 보다 넓은 시장이 있고 보다 좋은 기술이 널려 있는 까닭이다.

또 세상을 상대로 당당하게 주고 받을게(Give & Take) 많은 것도 한
원인이다.

미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는 산호제이 팔로알토 산타클라라
마운틴뷰 쿠퍼티노 서니베일등 몇개의 카운티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곳에는 인텔 애플 휴렛팩커드 선마이크로시스템즈등 정보산업을
이끌어가는 기라성같은 회사들이 위치하고 있다.

모험기업들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정보검색프로그램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네트스케이프사도 실리콘밸리에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소니 NEC 마츠시다등은 이곳에 연구소및 개발법인을 갖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크리에이티브사 연구소도 실리콘 밸리에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 현대등이 연구및 판매법인 형태로 둥지를 틀고있다.

실리콘밸리의 외국 기업들도 자국과 자사의 힘만으로 제품을 만들어
내려고 고집을 피우지는 않는다.

우선 실리콘밸리의 환경이 그렇게 일하게끔 놓아두지 않는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해야 하며 우리가 만든 것만을 써야한다"는
고집스런 슈퍼맨의 꿈은 보다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잘못된 선택을 이끈다.

모든 분야에서 전부 잘할수 있는 기업이나 국가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들에게 유능한 인재를 공급해주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스탠포드 대학에도 미국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캠퍼스 곳곳에는 일본 중국 대만 인도 학생들이 매일 매일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할 날을 기다리며 책과 컴퓨터속에 파묻혀 산다.

세계는 세계화라는 구호가 생겨나기 전에 이미 한마을이 돼버렸다.

중요한 것은 좋은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또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태극기가 보여서는 안된다.

<미 샌호제이(켈리포니아주) = 김승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