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창원공장의 세탁기 조립라인.

오전 10시 30분 쉴새없이 돌아가던 라인이 "딩동댕"소리와 함께 돌연
멈춘다.

불량이 나와서 그런게 아니다.

혹 불량이 발생했는지 검사하기 위해서다.

10여분간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이상여부를 체크한 후 문제점이 없으면
라인은 다시 정상으로 가동된다.

이 공장의 근로자들이 올초부터 시행하고 있는 "딩동댕 체크타임"이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오전 8시30분부터 매 2시간마다 검사가 이루어진다.

"전사원에 의한 불량조기 발견체제를 구축해 고객에게 완제품이 전달되기
전에 불량의 근원을 없애자는 게 딩동댕 체크타임의 목표다"(황구주 세탁기
사업단위 3 BY 3추진팀장) 딩동댕 체크타임외에도 이 공장은 "고객소리
마당"을 만들어 물샐틈 없는 불량방지 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서 고객은 공정내의 다음 근로자를 말한다.

한 공정이 끝나고 다음 공정으로 넘어갔을 때 불량을 발견하면 작업자는
라인옆에 부착돼 있는 녹색버튼을 눌러 이상을 알린다.

내부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이 최종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이 공장이 올 초부터 전공장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3 BY 3 운동"에 의해 힘있게 추진된다.

"3 BY 3"는 3년안에 지금보다 생산성을 3배 올리자는 운동.생산성을
3배나 그것도 3년안에 향상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가능할까"하는 생각보다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패배적인 생각은 할 수 있는 일도 망치고 만다"(곽숙철 3 BY 3추진팀장)

이 공장은 우선 각 부서에서 30%의 인력을 별도로 빼내 3 BY 3추진팀을
구성했다.

추진팀은 혁신의 방안을 도출하는 TDR(Tear Down Room)를 만들었다.

TDR은 Tear Drop Room으로도 해석된다.

기존의 관행을 완전히 뜯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뜻과 눈물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두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현재 이 공장의 TDR는 모두 40여개.

각 TDR는 오로지 혁신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침실은 물론 휴게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TDR의 구성원들은 퇴근시간도 의미가 없다.

밤 10시를 넘기며 애쓰는 모습은 이제 더이상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

이 공장이 실시하고 있는 "골든아워"도 TDR의 작품.

골든 아워란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는 주위의 아무런 간섭이나
지시없이 오직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시간이다.

이 공장의 평균 근무시간은 8시간이지만 갖가지 잡무등으로 실제
집중적으로 자기 일을 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 도입한
것.

이 공장의 근로자들은 요즘 인사도 "쓰리 바이 쓰리"로 나눈다.

회식시에는 "3 BY 3"라벨이 붙은 특주를 마신다.

족구를 할때도 3 BY 3존을 만들어 여기서 득점을 하면 점수를 3배로
준다.

혁신을 생활속에서 실천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창원공장의 3 BY 3운동은 이웃 중국에서 이 공장을 견학온 현재
채용인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4박5일간 이 공장의 견학을 마친 중국근로자
조병씨(25)가 남긴 다음의 시에서 이 공장혁신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산좋고 물맑은 강산에서 사람들의 노동열기 창원을 덮고 3 BY 3의
노래가 산과 하늘에 울리네 자원은 유한한데 지혜는 무한하구나".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