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아등 대기업그룹들이 신공장 준공이나 주력사업의 신제품 개발등을
기념해 개최한 대형 행사들이 비자금 변수의 돌출로 맥이 빠져 눈길.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당초 축제성 행사로 진행하려 했으나 비자금 파문에
따른 정재계의 냉랭한 분위기로 주요 참석인사들이 불참해 어깨가 축 늘어진
모습.

삼성항공은 7일 경남 사천비행장에서 실시한 F-16전투기의 시험비행 행사
에서 김영삼대통령과 박재윤통산부장관이 참석방침을 취소한 가운데 이건희
그룹회장이 막판에 불참을 통보해와 침체된 분위기.

특히 F-16은 노씨가 리베이트를 챙기기 위해 F-18에서 자의적으로 변경한
기종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어 이같은 분위기가 더욱 가중됐다.

기아그룹은 9일 아산만 제2공장 준공식을 갖을 예정이나 역시 주요 인사들
이 불참키로 해 "손님없는 잔치집"이 되지 않을까 우려.

박장관은 이미 기아그룹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뜻을 전했으며 초청받은
30대그룹 총수들중 참가하겠다는 통보를 한 총수는 아무도 없는 상태.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80년대 이후 계속돼온 대규모 투자사업
을 완결하는 의미가 있어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려 했다"며 "주요 인사
들이 참석하지 않는데다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행사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체념하는 모습.

이밖에 9일 대외행사를 갖는 현대자동차와 쌍용그룹도 비자금 파문과
관련해 정상적인 행사진행을 우려하는 분위기.

현대자동차는 정세영회장을 비롯한 재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친선골프대회를
열 계획이나 비자금 파문이 필드에도 미칠까 걱정.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친선골프대회는 세계 유명 골퍼가 참가하는 "현대
클래식 골프대회"에 앞서 열리는 것이나 참석자중 검찰의 소환대상에 오르는
사람이 있을 경우 대회의 분위기가 냉각되지 않겠냐"며 걱정.

쌍용그룹도 성곡미술관 준공행사에 초청한 정재계 인사들중 상당수가 참석
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