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일하면서 가장 많이 노는 공장" 서울 성수동 삼원정공(주)은
이렇게 불린다.

이 공장은 달력의 빨간 날짜와 상관없이 공장을 가동한다.

그것도 하루 24시간 내내 공장이 돌아간다.

설날과 추석연휴 6일을 제외하고 1년 3백59일동안 밤낮의 구분이 없다.

하지만 종업원들은 다르다.

1일 8시간 근무는 철칙처럼 지킨다.

격주로 토요일엔 쉰다.

공휴일과 일요일을 포함해 연간으로 따져 90일 이상 출근하지 않는다.

삼원정공은 이렇듯 "일"과 "휴식"이라는 상호 모순된 요소에 모두
"가장 많은"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설비가동률을 극대화시키면서 종업원들의 휴식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

"시간의 극한 사용"이라는 신생산혁명이 일궈낸 결과다.

삼원정공은 자동차나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각종 스프링을 생산하는
전문 중소기업.

이 공장 스프링 제조설비 2백50대는 60명의 종업원에 의해 가동된다.

종업원들은 A조와 B조로 나뉘어 있다.

각조는 1일 3교대를 한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A조는 일요일에,B조는 화요일에 쉰다.

토요일도 돌아가며 출근한다.

설날과 추석연휴 단 6일을 제외하면 언제나 하루 24시간 기계가
돌아간다.

"휴일이 따로 없이 기계를 돌리면 24%의 생산설비를 새로 들여놓는 것과
동일하다.

하루 24시간 가동하면 4배나 생산량이 증가된다.

멀쩡한 기계를 세워놓는 것 자체가 고정비의 증가에 다름아니다"
(양용식상무)

시간의 극한 사용은 89년에 도입한 "초관리운동"에서 출발했다.

연봉을 초(하루 8시간 근무시 1년은 7백20만초)단위로 나누면 1초가
2~3원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 작업과 관련되지 않은 행동을 자제하자는
운동이다.

이를테면 담배를 피우기위해 소비한 5분은 9백원의 비용을 헛되이 날리게
되는 셈이다.

낭비의 요소가 되는 모든 불필요한 행동을 줄여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나서자는게 초관리운동의 도입취지다.

결국 1초라도 아끼자는 것에서부터 출발한 신생산혁명은 하루의 마지막
1초까지 기계를 돌리자는 운동으로 귀결된 것이다.

이러한 시간의 극한 사용을 뒷받침한 것은 공장자동화다.

삼원은 지금까지 이익의 대부분을 자동화설비에 재투자했다.

사람의 손이 필요한 것은 스프링 크기를 조정하는 설비세팅작업과 원재료
투입공정뿐이다.

제품생산 열처리 포장등 대부분의 공정은 기계가 알아서 한다.

덕분에 야간에는 10명이 2백50여대의 기계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거두면서 삼원은 연평균 13%의 높은 매출신장률
이라는 열매를 얻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매출액은 1백16억으로 스프링 제조업계가 놀라고 있다.

올해는 1백30억을 넘어설 전망이기도 하다.

삼원은 종업원 복지에도 신경을 써 매년 납품가격을 낮추면서도 종업원
봉급은 10%씩 올리고 있다.

"극한 시간 경영"이 성공을 거두면서 삼원정공은 "사력 0.0 1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간의 절약 경험을 다른 모든 분야에도 확대하자는 것.

무엇이든 1%라도 절감할 수 있다면 줄이자는 운동이다.

"마른수건도 다시 짜자"는 속담을 실생활에 반영하고 있다.

불야성을 이룬 삼원정공 성수동공장에서는 지금 한국적 기업혁신의
"교과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