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검찰소환 시간이 1일 오전으로 잡힘에 따라 기업인
소환 0순위로 꼽히고 있는 한보그룹은 31일 정태수회장의 임박한 검찰조사에
대비키 위해 자금관리 담당임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등 부산한 모습.

그러나 이번 비자금 파문에 휘말려 위기상황에 직면한 한보그룹 직원들은
일부 대기업들이 한보철강등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성급한" 루머까지
나돌면서 일손을 놓고 술렁이는 표정.

<>.이날 오전까지 외부에 머물던 정회장은 낮12시께 출근해 사무실에서
점심식사를 한후 오후내내 두문불출.

그러나 정회장의 3남인 정보근부회장은 오후에 사무실에 나와 한보관련
기사스크랩과 TV뉴스 녹화테이프를 보며 관련임원들과 향후 대책을 숙의.

또 그룹 자금담당 총책인 김종국사장은 아침 일찍부터 출근해 관계 서류를
챙기는등 조만간 있을 정회장의 검찰소환 조사를 준비.

김사장은 특히 이날 기자들의 전화통화 요구까지 거절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끊고 핵심 자금담당 직원들만 자기 방으로 불러 서류작업을 지시하는
등 보안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

<>.노씨 비자금 태풍이 그룹을 덥치자 한보그룹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향후 검찰조사 방향과 그룹의 운명에 대해 수군대는등 비교적 안정됐던
30일보다는 몹시 동요하는 표정.

게다가 국내 S,H,L그룹등이 한보철강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은 이미 인수팀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나돌면서 극도로 불안해
하는 분위기.

일부 직원들은 이날 사무실에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는 보도진을 몸으로
밀쳐 내몰며 "언론이 한보그룹을 망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등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

한 직원은 "그룹측이 이번 비자금에 대해 "단순한 사채자금인줄 알고
썼다"고 해명했음에도 이를 언론이 확대해석해 왜곡보도하는 것은 한보를
음해하는 것"이라며 보도진에게 강력히 항의하기도.

<>.한보그룹 홍보실 전화번호가 5,6공과 묘한 인연을 나타내는 듯한 인상을
주는 "560-6060"으로 알려지자 이를 확인하려는 장난전화가 쇄도해
홍보실측은 아예 이 번호의 전화선을 차단.

이 번호로 걸려온 전화들은 "거기 한보그룹 맞느냐"며 한마디만 던지고 뚝
끊어버리는 경우와 "혹시 전화번호가 5,6공에 6공6공을 뜻하는 것이
아니냐"며 잦은 농담을 건내는등 각양각색.

홍보실 관계자는 "전화국에서 정해주는 전화번호를 그저 받았을 뿐인데
이를 엉뚱하게 해석해 장난전화까지 해대는건 너무하지 않느냐"며 푸념.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