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검찰출두를 하루 앞둔 31일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은
노씨의 출두 자체보다 자칫 정치권 공멸로 이어질수 있는 "대선자금" 진술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김영삼대통령이 이날 민자당 당직자들과의 오찬간담에서 "여야를
막론한 철저한 수사"의지를 재차 강조하자 정치권은 노씨 비자금사건이
정치권의 "빅뱅"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노전대통령의 검찰출두로 대선자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경우
이는 총선정국을 앞둔 정치권을 엄청난 회오리속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청와대 >>>

<>.노전대통령의 검찰출두를 앞에 두고 김영삼대통령의 발언수위가
높아지고 노전대통령에 대한 서운한 감정까지 표출되고 있어 청와대의
분위기는 강경쪽으로 선회했다.

김대통령은 31일 민자당 당직자들과 가진 조찬에서 "비자금이 아닌 부정
축재로 생각하며 부정축재는 범죄행위"라고 말한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직대통령이라는 신분을 일절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부정축재를 한
범법자로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구속은 물론 실형선고까지 갈수도 있다"는
의미로 까지 확대 해석하고 있다.

또 김대통령이 여야가릴것 없이 철저히 조사할 것이며 그렇게 지시했다고
밝힌 것은 기존정치권에 대한 개혁의 고삐를 당겨 정국을 정면으로 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 최완수 기자 >

<<< 민자 >>>

<>.민자당은 노전대통령의 검찰소환이 "성역없는 수사"를 거듭해온 당론과
맞아떨어진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검찰조사과정에서 비자금정국의 뇌관인 92년 대선자금
지원부분을 어떻게 진술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다수 당관계자들은 노전대통령이 대선자금 지원내역에 대해서는 소상히
밝히지 않는 대신 92년 탈당전까지 당에 내혀보낸 운영비정도를 언급하는
선에서 일단 수위조절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반면 김대통령이 31일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을 부정축재로 단정짓고
사실상 구속수사 방침을 천명한 것이 노씨의 심경변화를 촉발, 폭탄선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노전대통령이 명예총재로 추대된 지난 92년8월부터
탈당한 그해 10월까지 약 4백억원의 자금을 노전대통령으로부터 지원받았다
는 내용을 노씨에 대한 검찰조사 직후 자진공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주목된다.

<김삼규기자>

<>.야권은 일단 겉으로는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있다.

국민회의 박지원대변인은 이날 노전대통령의 검찰소환과 관련, "김대통령에
대한 대선자금은 국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생각해 반드시 공개하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규택대변인도 "김대통령이 지난 대선때 거액의 선거자금을 뿌리며
선거운동을 한 것은 온국민이 다아는 사실"이라며 "그많은 천문학적 선거
비용이 어디서 나왔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권에 대한 잇단 공세에도 불구, 야권 일각에서는 대선
자금 공개문제가 정치권의 대개편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대선자금과 관련, 김대통령이 정면돌파를 시도할 경우 야권이 입을
상처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은 이날 "정국현황및 대응방향"이란 보고서에서
"여권이 대선자금문제가 자신들에게 비화되는 것을 막고 DJ와 JP 양김씨를
무력화시켜 세대교체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문희수기자>

<>.검찰출두를 하루앞둔 연희동측은 이날 핵심측근들이 모여 검찰에서의
진술내용및 수위를 점검하는등 최종 준비작업을 벌였다.

물론 노전대통령은 지난 29일의 사과문에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천명한 만큼 검찰출두는 각오하고 있으나 사법처리에 대한 불안감으로
긴장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자금에 대한 공개와 관련해서는 이 사안이 정치권에 미치는 파문은
물론 향후 자신의 사법처리 방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김정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