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이 재임중 주로 기업들로부터 약5천억원의 통치자금을
조성, 이중 1천7백억원이 남아 있다고 밝힘에 따라 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여부와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언제 어떤 수준에서 실시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재정경제원과 국세청의 입장은 "검찰수사 결과 기업들의 탈세등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세무조사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홍재형 재정경제원 장관도 26일 이같은 입장을 재차 확인했고 국세청도
27일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노씨가 관련기업을 선처해달라고 했지만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조사에 착수할 것이다. 다만 검찰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터진뒤 "경제에는 충격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있고
여당의 고위관계자도 "기업인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지만 어쩔수 없이 돈을
내야했던 기업들의 입장을 감안,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뜻을 내비췄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때 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는 실시하되 최소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관계당국은 노씨 스스로 "주로 기업인들로부터 성금으로 받았다"고 밝힘에
따라 관련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론을
의식해서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여당이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 입장인데다
기업들도 "피해자"라는 인식이 검찰내에도 있는 것으로 보여 대상은 최소화
해야 하지 않느냐는 시각이 많다.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특정이권과 관련돼 돈을 제공한
기업등 소위 뇌물공여 혐의가 명백한 기업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도 "검찰이 관련기업을 조세범처벌법에 의해 처리할수도
있기 때문에 성금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국세청이 특정기업을 세무조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세무조사를 받더라도 합법적인 성금제공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증여세 탈세조사등으로 조사범위를 국한시키고 기업전체에 대한 통합
세무조사등은 실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착수 시기는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가 노대통령의 비자금 전모가 밝혀진 뒤에나 기업인들의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국세청 세무조사는 검찰조사가 모두 끝난뒤에나 착수될 것으로 볼수
밖에 없다.

현대 삼성 대우 선경 기아 금호 동아 그룹등 대기업 그룹회장들이 현재
대부분 외국에 나가 있는데다 조만간 귀국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조사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추측을 뒷받침해주고도 있다.

재계 관계자 중에도 "노씨에 대한 조사에 대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기업들이 비상이 걸린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이 상당수 있어 이번 비자금
사태와 관련, 세무조사등으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는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