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정치자금파문과 관련, 여권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며
연희동측의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연희동측은 김영삼대통령과
의 담판을 통해 "신변안전보장"확답을 얻어낼것이라며 버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여권은 26일 2백48억원의 노씨 비자금이 제2금융권에서 새로 발견됨에
따라 연희동측과의 정치적 타협은 물건너간것으로 보고 노씨 사법처리를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갔다.

여권은 연희동 방문조사나 검찰소환조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노씨를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이같은 강경입장은 은닉 비자금이 속속 들어나고 있는 상황인데도
김대통령의 귀국을 기다려 청와대측과 직거래로 사법처리 면제를 보장
받으려는 연희동측 "흥정"태도에 자극된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 당무회의가 이날 "사법처리의 불가피한 대상이 되는 비리가 밝혀
지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돼야한다"며 사법처리를 기정사실화한
결의문을 채택한 것은 여권의 격한 분위기를 대변해주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노씨를 사법처리한뒤 정치적으로 사면하는
것은 몰라도 현단계에서 연희동측이 바라는 정치적 해결은 배제해야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비자금이 정치헌금이 아니라 야당이 주장하는 차세대전투기
기종변경등과 관련한 비리의혹이 짙다면 검찰수사를 피할수 없다"며
"일본의 다나카전총리가 록히드사 뇌물로 기소된 전례가 교훈이 될수밖에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연희동측에 대한 여권의 옥죄기는 지난 14대 대선자금문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여권은 연희동측이 대선자금 폭로를 마지막 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대선자금내역을 역으로 자진공개할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손학규대변인은 "대선자금과 관련해 잘못이 있다면 사과하고 해명할것"
이라고 정공법으로 대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여권의 고민은 연희동측이 정부여당이 바라는대로 조기에 "석고대죄"할
가능성은 희박해 파문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는데 있다.

당의 한 관계자가 "노씨의 성격으로 미루어볼때 정해창씨나 서동권씨
에게도 비자금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은 것 같다"며 "노씨가 계속 미온적인
자세로 나오면 결국 사법처리를 재촉하는 것밖에는 안된다"고 연희동측의
결심을 촉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고 봐야한다.

연희동측은 여권의 압박공세에도 불구, "이번 사건은 사안의 성격상 정부
에서 나설 일이지 당에서 나설 계제가 아니다"면서 김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통한 사태수습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김윤환민자당대표위원이 제시한 전모공개 재산헌납 낙향등의 해법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으며 우리입장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여권관계자들은 5공청산당시 전두환전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한뒤에도
국회청문회 증언대에 서고 백담사유배라는 치욕을 맛본 전례를 누구보다
잘알고있는 연희동측으로서는 이같은 전철을 밟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데 집착, 버티기에 들어가고 있는것으로 보고있다.

<김삼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