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은 23일 4백85억원이 노태우전대통령의 통치자금인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졌다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검은 이날 김기수검찰총장 주재로 노전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대비,
대책회의를 여는등 긴박감속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검찰은 노전대통령을 조사할 경우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문제와
수사방법 방향등에 대해 다각도로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날부터는 소환조사자에 대한 명단도 제때 보도진에게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보안유지에 극도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이현우전경호실장이 자금조성경위 및 사용처에 대해 "나는
전혀 모른다"며 대부분 노전대통령에 떠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떤식으로든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

검찰은 그러나 일단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예금계좌추적이 끝나는
등 현단계보다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한 후에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조사가 당장은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

검찰주변에서는 "이 사건이 정치적인 사건인 만큼 정치적으로 결정된
후에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

검찰은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문제와 12.12사건 등에서도 서면조사를 한 전례를 들어 서면조사나
방문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

<>...대검의 조사내용의 보안유지를 위해 나응찬신한은행장을 23일
새벽소환, 조사했으면서도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보도진에게 설명.

안강민대검중수부장은 22일 밤 브리핑에서 "나행장에 대한 조사를 23일께
벌일 예정이며 소환시기는 추후 통보해주겠다"고 말했다가 23일 오전 9시
30분 브리핑에서 "이미 나행장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고 발표한 것.

안중수부장은 "나행장이 검찰출두표정을 언론에 드러내기 싫다고
주문해와 어쩔 수 없이 비밀리에 조사를 벌이게 됐다"고 변명.

또한 이현우전경호실장에 대한 조사결과도 이전실장이 조사를 마치고
나간 뒤 6시간이 지난 오전 9시30분까지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는 등
극도로 보안유지.

<>...검찰은 신한은행에 3백억원차명계좌를 개설한 장본인인 이태진
청와대경리과장을 이날 오후 소환조사할 예정이었으나 24일로 연기했다고
설명.

검찰은 이과장이 3백억원이외에 다른 자금도 시중은행에 차명계좌로
예치했을 가능성이 높아 이과장에 대한 수사결과를 크게 기대하는 모습.

검찰은 이과장을 조사하면 신한은행에 정치자금이 집중된 배경과 그동안
정치자금을 넣은 계좌를 개설하는 구체적인 방법등이 밝혀질 것이라고 설명.

검찰일각에서는 그러나 "이과장에 대해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일개 경리
과장이 대통령 정치자금의 실무를 도맡아 은행선정 및 자금출납을 모두
처리했다고는 믿어지지 않기 때문에 의외로 심부름꾼이상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조심스런 분석도 대두.

<>...이전실장은 22일 오후 3시30분경 검찰에 출두한 지 약 12시간만에
검찰조사를 마치고 귀가.

이전실장은 전경호실장답게 12시간에 걸친 검찰의 집중조사에도 불구,
당당한 모습으로 청사를 나와 보도진의 질문공세에자신의 입장과 검찰진술
내용의 일부를 일문일답형태로 답변.

이전실장은 노전대통령 퇴임이후 돈을 하지 않은 것은 실명제때문이라고
언급, 실명제가 정치자금을 묶는데 큰 역할을 했음을 시인.

<사회부>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