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청명한 가을 날씨속에서 휴일을 즐기던 시민들은 노태우
전대통령의 거액 비자금설이 사실로 드러나자 커다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날 이현우전경호실장이 검찰에 자진출두하면서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차명계좌로 예치된 3백억원의 비자금이 노태우전대통령의 정치자금중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시민들은 "소문이 사실이었구나"라는 허탈감과
함께 "이 기회에 4천억 비자금설에 대해서도 확실히 밝혀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비자금 조성 과정을 철저히 파헤쳐 "검은 돈"으로 밝혀질 경우
관련자들을 모두 사법처리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이번에도 검찰이 대충 넘어갈 경우 앞으로도 이같은 부끄러운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단풍나들이를 나섰다 귀가길에서 갑작스런 검찰의 발표 소식을
들은 자영업자 홍순창씨(35.성남시 수진동)는 "3백억원의 주인이
노전대통령이라는 소문이 나돌때만 해도 혹시나 했는데 사실이라니
정말 놀랍다"라며 "선진국 진입을 앞둔 민주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강한 자괴감과 배신감을 나타냈다.

집에서 TV로 프로야구 중계를 시청하다 뉴스속보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회사원 강징중씨(36.서울 노원구 상계8동)도 "전직 대통령이 "검은 돈"을
챙기고 아직까지 그 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평소 "믿어주세요"라는 말을 자주쓰더니 국민들을 이렇게
기만해도 되느냐"고 분노했다.

주부 박경숙씨(32.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대통령이 재임기간중
권력을 이용, 불법적으로 돈을 끌어 모았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

아직도 대통령을 존경해야 하는 인물로 알고 있는 아이들 보기가
부끄럽다"고 어쩔줄 몰라 했다.

공직생활을 하다 은퇴한 고취욱씨(64.노원구 중계동)는 "이번에는
검찰이 모든 것을 밝혀내고 비리가 적발될 경우 과감한 사법처리를
통해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만 다시는 이같은 비리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변호사 정성호씨(34)는 "통치자금이든 정치자금이든 표현은 중요한게
아니다.

자금의 조성과정및 운영이 어떠했느냐가 중요하다.

뇌물성이거나 특혜의 대가로 받은 돈이라면 사법적 처리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 사회부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