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장을 지낸 이현우씨(57)가 22일 대검찰청에 자진 출두,"3백억원은
노전대통령의 통치자금중 남은 돈"이라고 밝힘에 따라 23일중 이번 사건
의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이씨를 상대로 문제의 차명계좌 개설경위와 실제 전주가
누구인가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오후 3시30분쯤 대검에 출두한 이씨는 사진기자들을 위해 잠시 포
즈를 취한 후 "하고 싶은 얘기를 다하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문제가
된 돈은 자신이 관리했던 것"이라며 짤막하게 답변.
"노전대통령의 돈이냐"는질문에 이씨는 "검찰에서 모든걸 밝히겠다"며
질문을 회피.이씨는또 검찰에 자진 출두하게 된 동기와 신한은행 이우근
전서소문지점장에게 차명계좌를 의뢰한 "문제의 40대 남자"가 누구인지
등에 관한 모든 질문을 "검찰조사과정에서 이야기하겠다"며 함구로 일관.
<>.안강민 대검 중수부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이현우씨의 자진출두
의사통보 사실을 전격발표. 안중수부장은 "오늘 오후 3시30분에 이현우씨가
자진출두할 테니 만나보라"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씨의 출두사실을 공표.
안중수부장은 "6공 경호실장 말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태 그쪽(6공)
을 의심해 왔을텐데 그 유명한 사람의 이름도 모르느냐"고 반문하기도.
<>.이날 오후 3시30분께 대검청사 현관에 도착한 이씨는 차명계좌에 입
금된 돈이 누구의 것이냐는 보도진들의 물음에 "그 계좌는 내가 직접 관
리하던 것"이라고 짤막하게 대답. 이씨는 또 "오늘 검찰로부터 출두 요
청을 받았고 내 스스로 결정해 자진출두했다"며 출두과정에서 외압이나
정치권 내부의 사전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는 일부 의혹을 부인.
이씨는 "6공 비자금의 실체가 있느냐"는등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더이상 언급을 하지않은채 다소 긴장되고 비장한 표정으로 10층 중
수부 수사관실로 직행.
<>.노태우 전대통령의 경호실장이자 6공의 안기부장을 지낸 이씨가 검
찰에 자진출두함에 따라 3백억원 차명계좌에 대한 검찰수사가 6공 비자
금의 실체를 밝히는 수사로 확대될 것인지 여부에 촉각이 곤두.
검찰주변에선 "6공의 안기부장까지 지낸 사람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
는 것 자체만으로도이번 사건이 단지 사인이 보유한 거액 차명계좌의 실
체를 드러내는 것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는등 검찰수사의
확대와 이에따른 파장등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검찰 일각에서는 이전실장이 과거 전두환 전대통령을 대신해
사법처리된 장세동 전안기부장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대두.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장씨가 경호실장으로 있으면서 자금을 조성해
일해재단등을 창립했으며 전 전대통령은 자금 조성에 관여한 바 없다고
진술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진 것 처럼 이씨도 자금 조성과정에
노전대통령이 관여한 바 없다고 진술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씨가
제2의 장세동을 자처한 것 같다"고 분석.
<>.이씨는 출두에 앞서 이날 오전 검찰이 소환을 통보하기 직전 자택에
서 나간뒤 행방이 묘연해 출두전에 6공 핵심인사들과 만나 내부 조율과정
을 거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대두.
< 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