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부터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과 관련된 자료수집활동
을 벌인 OECD사무국 조사단일행이 19일 출국했다.

대체로 한국의 입장과 현황을 충분히 설명했고 그 쪽에서도 상당히 납득
하는 분위기 였다는게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조사단의 조사기간중에도 가입연기를 시사하는 발언이 흘러 나오는
등 양측간에 줄다리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및 보험업등에 대한 외국인 지분소유한도제한, 외국인에 대한
주식투자한도 제한, 자본이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 개인의 납세정보 공개
등을 강한 톤으로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가입조건을 놓고 본격적인 협의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OECD측이
한국의 금융및 자본시장개방에 대해 강공을 펼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물론 이번 조사단의 표면적인 방문목적은 말그대로 "조사"였다.

가입을 위한 커트라인을 제시하거나 가입조건을 놓고 흥정을 벌이는 자리는
아니었다.

한국의 금융및 산업정책 무역 환경보호등 각종 경제사회 관련제도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정이었다.

또 조사단 자체가 협상권이 없는 "사무국 직원"이어서 이러저러한 제도는
없애라든가 개선해야 한다는등의 대안을 제시할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기는
했다.

하지만 OECD의 각위원회는 사무국의 평가보고서만을 토대로 한국의 가입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이번 조사는 사실상 면접시험을 보는 자리나
다름없었다.

가입결정때는 당사자(가입신청국가)의 보충설명을 들어야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신청국을 입회시키지 않은채 사무국의 평가보고서만을 기준으로
최종판단을 내리게 돼있다.

더군다나 이번 조사단엔 각위원회의 실무책임자인 국장과 부국장급이 모두
포함돼 있어 이들의 "조언"은 사실상 "요구"나 다름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번 조사단의 지적이 몰렸던 부문은 <>금융 <>외환및 자본거래 <>해외
투자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OECD 양대 자유화규약중의 하나인 자본이동문제였다.

환경이나 농업 무역등의 부문에는 큰 불만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문제와 관련해서는 은행과 보험업 투자신탁업등 금융업에 대해 아직
외국인의 참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지적, 지분제한을 시급히 완화해야
하며 철폐일정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환및 자본거래에서는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송금에 불편을 겪고 있으며
해외여행이나 재외국민에 대한 송금제한등을 지적했다.

이와함께 해외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 대한 규제도 OECD국가 수준으로 완화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밖에 한국정부가 개인별 재산세나 소득세 납부실적을 올해부터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외국계 기업등에 대한 세무조사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지고
있는등 조세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충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정부는 이번 조사단의 지적을 "조언"이나 "충고" 이상으로 확대해석할
것까지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존회원국들도 OECD의 자유화규약을 모두 수용하고 있는것은 아니며 OECD
가입 여부가 반드시 가입조건으로만 결정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협상과정에서 정치적인 고려가 따른다는 말이다.

조사단의 평가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게 당국의 설명이다.

더군다나 조사단이 지적한대로 일부부문의 자유화가 미비해 가입에 문제가
된다하더라도 단순히 OECD 가입만을 위해 제도를 고치지는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OECD 가입시한을 96년으로 못박은 것은 아니며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가입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홍재형부총리가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급적이면 OECD측의 기대에 맞는 수준으로 접근하도록 노력하되 무리하게
요구할 경우에는 가입자체를 미룰수도 있다는 자세다.

이같은 발언들이 OECD측과의 협상용 포석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무리
하지 않겠다는 자세는 확실해 보인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번 조사로 OECD와의 첫 면접시험은 끝난 만큼 앞으로 정부가 OECD가입과
개방파고간의 명분과 실리를 어떻게 슬기롭게 조율해 나갈지 관심거리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