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부터 같은 상표제품을 독점수입업자이외에 제3자도 별도의
유통경로를 통해 수입할수 있도록하는 소위 "병행수입"을 허용함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수입상품의 가격인하다.

같은 외국상표를 단 상품이 여러 수입업자에 의해 동시에 수입될수 있기
때문에 가격경쟁을 통해 외국브랜드 제품의 값이 크게 내릴 것이란 전망
이다.

그동안 외국브랜드 제품은 높은 로열티와 유통마진으로 같은 종류의
국산품에 비해 2~3배 높은 가격으로 팔려왔다.

실제 소비자보호원이 지난 7월 20개 수입소비재 가격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유통마진은 동종 국산품의 3.6배에 달하는 1백7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품에 비해 2배 가량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청바지등 외국 유명브랜드 의류와 골프채등 스포츠용품의 경우 특히 국산
과의 가격차이가 현격하다.

이처럼 외국 상표제품의 독점수입업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었음에도 불구
하고 정부는 지난 94년부터 발효된 우루과이라운드(UR) 지적재산권 보호
협정에 따라 같은 브랜드 제품의 수입은 상표권침해라는 이유로 원칙적으로
수입을 금지시켜 왔다.

이에따라 그동안 같은 브랜드 제품을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수입한
수입업자들은 세관에서 상표권침해로 통관을 할수 없었다.

신세계백화점이 몇달전 미국의 청바지업체 리바이스사의 국내출자법인인
리바이스코리아의 허락없이 같은 리바이스 청바지를 수입하려다 세관에서
통관보류된 것이나 진보양행이 테일러메이드 골프채를 독점수입업자인
(주)스타코의 허락없이 수입하다가 통관보류된 것이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일부 수입업자들은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94년이전에 수입된 것이나
일정물량에 한해 판매한다는 조건으로 국내독점수입업체의 양해를 받아
극히 제한적으로 병행수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병행수입금지조치가 가격파괴현상의 확산을 막고 수입개방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이유로 지난7월 병행수입을 허용한다는 기본방침을
정하고 그동안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해 왔다.

외국의 경우 미국과 일본은 제한된 범위에서 이미 병행수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EU는 비교적 폭넓게 이를 허용, 소비자 보호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 최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등에서도 이를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도 더이상 미룰수 없는 상황이다.

병행수입이 허용될 경우 구체적으로 어느정도 가격이 내릴 것인가는 품목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대략 심한 경우엔 절반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재경원은
보고 있다.

재경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테일러메이드 골프채의 경우 현재 독점수입
업자에 의해 수입된 것은 백화점등에서 1백60만원에 팔리고 있으나 가격
파괴점에서는 절반값인 8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리바이스청바지도 일반소매점에서는 8만원, 가격파괴점에서는 3만1천원에,
게스 바지는 독점수입업체의 소매점에서 8만1천원인데 가격파괴점에서는
3만9천원에 각각 팔리고 있다.

재경원은 현재 통관보류중인 리바이스청바지등 10개 상품은 물론 전용
사용권등록상품(18개업체 45개품목)과 상표등록상품(80개사 5백5개품목)의
85%가량이 병행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과정에서 국내제품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여 수입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산품의 품질및 가격경쟁력향상이 과제로 대두됐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