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 = 심상민 산업1부기자 ]]]

"고급술인 위스키의 세율을 내년부터 현행 120%에서 100%로 낮추면서
대중주인 맥주의 세율을 150%에 그대로 묶어둔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한마디로 지난 60년대부터 내려온 악습이라고 봅니다"

박용성동양맥주회장(두산그룹부회장)은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맥주의
주세율문제에 대해서 먼저 강경한 어조로 "인하"를 주장했다.

박회장은 두산그룹이 내년의 창립 1백주년을 앞두고 해외생산을 늘리고
있다면서 "전문분야"인 주류업을 중심으로 내실있는 탈바꿈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오는 11월 호주 남부 빅토리아주 지롱시에 4백50만달러를
투자해 연간 5만톤 생산규모의 맥아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며 중국의 용정과
단동에서 소주와 맥주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두산전자의 인쇄회로기판(PCB원판)을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곧 전북 이리시 화학공단내에 제3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박회장은 지난 9월26일 일본 지바시에서 국제유도연맹회장으로 뽑혀 일약
세계 스포츠계의 "거목"으로 등장해 칼라도복의 도입을 추진하는등
체육행정가로서도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달초 귀국한후 밀린 회사업무를 돌보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박회장을 만나 두산그룹의 사업설계등에 관해서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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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주세율을 인하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던데요.

<>박용성회장=그렇습니다.

원가의 150%나 되는 턱없이 높은 맥주의 주세를 낮추자는 것이지요.

지난 60년대 맥주회사가 세금을 내야 공무원이 월급을 받던 때가
있었지요.

그런 시절에 만들어진 세율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세수가 낮아진다고 하지만 소비자에게 값이 내린 맥주를 공급해 많이
팔리면 그만큼 또 세금을 많이 낼 것 아니겠습니까.

-소비재상품의 내수에 치우쳐온 두산의 세계화 계획은 무엇입니까.

<>박회장=당연히 주류제품을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것입니다.

OB맥주가 선두에 서서 세계화를 착착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호주에 현지공장을 세우는 것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시장에서도
광고를 늘리는등 새로운 영업전략을 펼칠 것입니다.

-두산그룹은 2000년의 매출액을 지금보다 5.3배가 많은 21조6천억원으로
설정했습니다.

경영목표달성을 위해 신규사업진출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박회장=지금 하고 있는 사업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맥주소비량만을 볼때 한국은 지금 40리터수준이지만 곧 일본의
70리터선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주류업의 사업전망만 봐도 아주 밝은 편입니다.

그동안 그룹내부에서도 왜 금융업이나 유통업에 나서지 않는지를 놓고
따가운 질문이 많이 나왔습니다.

사실 보람은행 보람증권등은 우리가 단독으로 경영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미국의 GM이 금융회사를 갖고 있지 않듯이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특수한 사정상 "재벌"들이 금융업까지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제조업체는 결국 물건만 잘 만들어 팔면 은행들도 돈을 잘 빌려주게
돼있습니다.

때문에 꼭 금융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거둔 것입니다.

유통회사도 그렇지요.

하나의 우수한 고객을 찾기 위해 수많은 적을 만들어야 하는게 싫습니다.

-내년의 1백주년을 앞두고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까.

<>박회장=CI(기업이미지통합)작업을 통해 곧 두산의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이려고 합니다.

요즘 역시 1백살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소비재상품의 시장상황이 날로 어려워가고 있어서지요.

1백주년을 맞아 우선 보수적인 기업이란 이미지를 탈바꿈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 공장 몇개를 팔아서 반도체사업에 뛰어든다든지 하는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그같은 사업은 그 분야의 감을 지니고 있는 경영자만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기 전문분야의 감을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산은 장남(박용곤회장)을 정점으로 한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하기로
유명합니다.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겁니까.

<>박회장=옛날부터 배운대로 하고 있을 뿐입니다.

재산은 이미 나눠져 있고요.

장자가 많이 갖는 것은 또 당연한 일이지요.

원리는 간단합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것입니다.

-국제유도연맹회장에 당선되는 쾌거를 이루셨는데 기업과 스포츠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업이나 스포츠나 모두 사람을 다룬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이지요.

회사에서도 영업실적이 좋은 사원들은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번에 난생처음 선거를 해보면서 구두창밑이 닳도록 뛰다보니 결과가
잘 나온 것 같습니다.

또하나 느낀 점은 국제무대에서는 정말 "말"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나자신을 포함해 7명의 팀이 노트PC를 들고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고 보고서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한 것이 적중했습니다.

한마디로 외국어와 정보화의 값진 승리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출장때 노트PC를 꼭 휴대토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경영철학을 말씀해주시죠.

<>제 좌우명은 진인사 대천명입니다.

직원들에게는 늘 자기업종에 긍지를 가져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령 맥주회사직원이라면 일반인들이 맥주에 관해 물어왔을때 누구보다
자세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젠 얼치기 지식으로는 정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정보화에 대한 부단한 노력이 중요합니다.

어느 상점에 콜라가 없더라 하는 것도 정보가 되는 것이므로 생활속에서
늘 연구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