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의 "북경발언"이후 대외문제 언급을 삼가해 온 이건희삼성그룹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14.15일 이틀동안 런던에서 열린 삼성 전자소그룹회의에서였다.

그러나 이번 "런던 강화"는 그룹의 해외사업과 관련된 언급이 대부분
이었다.

극히 "말조심"을 한 인상이 역력하다.

이회장은 그러면서도 "공동화 우려는 낡은 관점"이라는등 "할말"을
거리끼지는 않았다.

최근 정부의 대규모 해외사업에 대한 "행정지도 강화"조치에 대한 우회적
비판의 포문을 터뜨렸다.

이회장은 이날 "세계 각국은 어느나라 기업이냐 보다는 자국 영토에서
얼마나 부가가치가 높은 생산활동을 벌이느냐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외국기업 유치에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세계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적의 관점에서 생산 입지를 생각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이회장이 이날 소그룹회의에서 밝힌 그 밖의 주요 발언요지를 간추린다.

<>미래의 경쟁력 요소는 누가 물건을 싸게, 좋게, 더 빨리 만드느냐는
시간과 시스템에 달려 있다.

특히 전자제품의 기술 진보와 디자인 개발은 가히 혁명적인 수준이다.

사업과 각 경영기능 간에 시너지와 종합력이 발휘되는 양순환의 시스템
창출이 필요하다.

이는 하나 더하기 하나가 다섯도 되고 열도 될 수 있는 복합화를 말하는
것이다.

복합화는 설비와 사람만 모았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인정이 흐르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유기적 생체조직이 될 때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무지의 소산으로 현지의 한국화를 추진해왔다.

앞으로 삼성은 해당 국가의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현지에서 일류기업으로
인정받는 "내셔널 챔피언"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R&D(연구개발).마케팅.경영 각 부문이 현지인에 의해
수행될 수 있도록 현지인 간부와 사장을 조기에 양성해야 한다.

현지 주민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명문기업, 최고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단기적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 런던=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