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애니카 소렌스탐(25,스웨덴)의 골프는
수많은 "분석 거리"를 제공한다.
그녀의 우승요인을 한마디로 집어 낸다면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자연"이었고 자연중에서도 바람이었다.
연장전 파트너인 로라 데이비스(32,영국)는 웬만한 파5홀에서는 모두
"투온"시킬수 있는 세계최고의 장타자.
이번 대회에서 보니까 데이비스는 드라이버로 300야드는 날리고
2번아이언티샷으로도 260야드이상을 치고 있었다.
소렌스탐과는 평균 40야드이상의 거리차이였다.
따라서 연장전이 비교적 짧은 파5홀인 파라다이스GC 18번홀(472야드)
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은 소렌스탐에 절대 불리하다는게 상식적 견해였다.
데이비스는 3라운드때 18번홀에서 6번아이언으로 180야드의 세컨드샷을
쳐 투온 버디를 잡았었다.
그러나 이날은 심한 맛바람이 불었고 데이비스의 투온은 그 "바람으로
인해" 불가능했다.
데이비스의 "파5홀 투온능력"은 설사 투온이 안되더라도 그린 근처에는
볼이 있을 것이란 "위협"을 상대에게 주기 마련.
그런데 이날의 맛바람은 그런 "위협"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같은 3온"이라는 "자연적 변수"는 소렌스탐을 안심시킬수 있었고 그런
심리적 안정이 연장전 3패전적의 데이비스를 누를수 있다는 얘기였다.
<>.소렌스탐은 3라운드후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수년전 초창기에 데이비스와 라운드할때는 거리상의 부담을 느낀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리듬과 나만의 스윙타이밍으로 비거리 차이와
부담감을 100% 극복하고 있다.
오늘 보니까 이곳 파라다이스GC는 원래가 바람부는 골프장인것 같다.
바람부는 코스에서는 장타가 전혀 상관 없다"
소렌스탐이 ''연장 첫홀 3온후 7m버디 퍼트를 남겨놓고 있는 데이비스의
눈앞''에서 그린사이드 20m 칩샷버디를 잡은 것은 바로 그런 ''흐름''의 소산
으로 볼수 있다.
절대적 불리함이 순식간의 우승으로 바뀐 소렌스탐의 "대 반전"과 그같은
경우 데이비스의 7m버디가 "결코 들어갈리 없다"는 예상, 그리고 역시
골프는 "누구도 최종결과를 단언할수 없다"는 이날의 상황은 우리가 늘 보고
느끼는 "골프의 못된 속성"을 입증할 따름이다.
이번대회는 그런 "속성"에 앞서 바람이라는 "위대한 변수"를 드러냈고
오랫만에 "그 자연 이라는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골프"를 보여주었다.
"평균 거리"의 아마추어들에 있어 소렌스탐의 역전우승은 분명
기분좋은 "피니시"가 될 것이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