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9년 노르웨이에서 납북된 고상문씨(47.전수도여고 교사)는 현재
북한에서 재혼한 부인및 아들과 "제2의 삶"을 살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 8월 국제사면위원회가 발간한 "북한정치범수용소 실태보고서"에
고씨가 북한내 승호리정치범수용소에 수용돼있다고 기술된 것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16년간 고씨를 기다려온 남한내 가족들로부터 작년8월
"진정서"를 제출받은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이 지난 6월 이들 가족
에게 송부한 답신에서 밝혀졌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고등판무관실이 보내온 답신은 북한이 제출한 자료
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이중에는 고씨가 자필진술서도 들어있는등 대체
로 신빙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인 조복희씨를 비롯한 고씨 가족들은 고등판무관실이 보내온 답신을 보
고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답신에 대한 "이의제기"를 포기,
유엔은 이사건에 대한 조사를 종결했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차원의 고씨송환노력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외무부는 그러나 북한이 유엔에 제출한 자료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고
고씨의 자필진술서도 강압상태에서 작성됐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강제납
치"라는 정부의 기존입장을 고수,국제사회에 고씨의 송환을 계속 환기시켜
나갈 방침이다.
<김정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