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7" 한국과 일본의 조선관련 연구기관의 비율이다.

한국의 "1"은 한국기계연구원 선박해양연구센터(KRISO).일본은 선박기술
연구소 일본조선기술센터등 7개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산.학.연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조선연구협회. 일본은 가동하고 있고
한국은 "요망"하고 있다.

차세대 선박으로 불리는 초고속선 개발현황을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은 정부주도아래 이미 공동연구를 진행중인데 비해 한국은 사별로
나뉘어 이제사 개념정립을 하고있는 정도다.

"한마디로 말해서 조선업계나 정부나 모두 R&D(연구기술개발)에 대한
마인드가 없다"(양승일KRISO소장).

국내 조선업계의 R&D의식 "실종"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구문이다.

상선건조에만 쓰이는 재래식 기술을 "탕진"해버린 이후에 대한 대책이
없다.

머잖아 차세대선박이 실용화되면 R&D를 외면해온 한국 조선업계는 급격히
위축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있다.

무엇보다 "빠듯한 돈"이 문제다.

국내 조선업계의 93년 R&D는 모두 5백48억원. 전체 매출액
4조2천4백75억원의 1.2 9%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연구원급여로 나가는게 대부분이어서 인건비등을 뺀 순수
연구개발비는 0.5% 안팎에 그치는 실정이다.

지난 89~92년의 1%선과 비교하면 높아졌다고 위안을 삼을지 모르나 일본의
2%와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

자동차(4.3%)의 절반만돼 괜찮겠다는 연구원들의 푸념이 실감날 정도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나마 "홀쭉한" R&D예산이 중북 투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선개발 같은 거대 프로젝트의 경우 업체별로 각자 흩어져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연구센터기능을 수행할 구심점이 없어서다.

정부가 지난 76년 출연한 한국선박연구소가 있었으나 81년 한국기계
연구원에 흡수돼버렸다.

적자투성이라고 "홀대"를 받은 것이다.

지금의 선박해양연구센터는 한국기계연구원의 부설로 돼있어 충분한
연구예산을 따내는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뒤늦게나마 "센터"가 급조되기는 했다.

업계가 갹출해 지난해 6월 조선기술연구조합을 세운 것. 하지만 이 조합은
"계획표"만 짜놓고있을 뿐 실제 연구에는 들어가지 못하고있다.

출연금이 6억원으로 궁핍한데다 국내에서 이용할만한 연구시설이 23개
(일본은 1백51개)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17동이나 갖고 있는 조종성능 시험시설이나 충격,파랑시험수조같은
것은 아예 있지도 않다.

업체들이 기술의 공유를 꺼리는 케케묵은 태도도 기술진보를 가로막는
중요 장벽중 하나.

초고속선 개발에서 보듯 "개인플레이"가 판을 치는데에는 업계내부의
비협조적인 풍토가 한몫 거들고 있다.

현대 대우 삼성 한진 한라중공업등 "빅5"들은 협력보다는 견제와 경쟁에
길들여져 있는 "불편한 이웃"이다.

공동연구라는 "백짓장"을 맞들기에는 아직 거리가 먼 사이.과거 후발사가
선발사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물의를 빚었던 인력빼내기와 덤핑입찰등에 대한
감정의 앙금이 아직 남아있다.

때문에 강력한 연구기술개발의 "중심"이 긴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책 조선전문연구기관의 설립을 재촉하는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 상태다.

당장 도입해야할 조선CIMS(통합생산관리시스템)를 비롯해 <>선박운항성능
고도화 <>지능화 설계시스템 <>원자력 추진선 초고속화물선 초전도자기추진선
개발등 추진해야할 프로젝트들이 산적해있다.

장기적으로는 해양환경 안전과 장비 그리고 해양방위기술등의 개발도
병행해야한다.

이처럼 갈 길은 먼데 조건은 미비하다.

"조선학계의 올림픽이라는 "선박의 실제적 설계를 위한 국제회의"(PRADS
"95)를 올해 서울에서 유치할 정도로 한국 조선산업의 위상은 올라갔으나
체계적인 연구개발지원이 없어 안타깝다"(이기표서울대조선해양공학과교수)

저임에만 의존해온 한국 조선의 현주소가 서서히 까발려지고 있는 셈이다.

잔뜩 밀린 일감때문에 연구를 못한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하이테크조선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세계 조선강국들의 협공이 날로
거세어지고 있어서다.

앞으로의 조선수주는 "양의 경쟁"이 아니라 "질의 경쟁"이라는 점을 깊이
새겨야할 때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7일자).